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28일(현지시각)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겸손과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내놨다.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28일(현지시각) 허버드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고 있다(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Harvard University 유튜브 계정/로이터/연합뉴스
그는 '극단적 나르시시즘 시대'를 언급하며 "워싱턴의 현 지도부는 공감을 약점으로 여기고, 미국이 최고이며 홀로 우뚝 서 있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설은 단순한 정치 비판에 머물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은 졸업생들에게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겸손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소개했다.
그는 "하버드 졸업장 같은 하나의 성취가 특정한 원칙들을 받아들였을 때,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제게 덜 중요해진다는 것"이라며 "첫 번째 원칙은 제가 이룬 것 중 그 무엇도 결코 혼자 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늘 상기하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제가 여러분의 졸업식 연사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조금이라도 기여한 모든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이든 세상을 떠난 사람이든 그 모두를 초대할 수 있다면 케임브리지 전역과 올스턴의 절반은 어깨가 맞닿을 만큼 꽉 들어찰 것"이라며 "친구와 가족, 응원해준 사람들, 작가들, 프로듀서들, 안티들, 팬들, 그리고 수십억 번의 우연한 만남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의 성취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일은 제 삶 내내 꼭 필요했던 균형감을 가져다주었다"며 "일이 잘못됐을 때의 책임을 여기저기 떠넘기는 데도 정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삶에서 '운'이 차지하는 역할도 빼놓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은 "많은 사람들은 운 좋게 잡은 포커 패를 본인의 천재성으로 착각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인간 본능과 싸우는 게 저를 제정신으로 살게 해줬다"며 "성취를 포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소화해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바, 가나, 한국, 아르메니아, 유럽의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면 제가 말한 모든 자질, 공동체, 적응, 그리고 진심으로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며 "당신이 그 나라 언어로 말하지 못할 때, 그 누구도 여러분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신경도 안 쓴다. 친구를 사귀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은 "어쩌면 제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점은 하버드 출신이라는 게 타인이 여러분에 대해 알게 되는 마지막 정보가 아니라 타인이 여러분에 대해 아는 것 중 가장 덜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그의 연설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하버드대와 트럼프 행정부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버드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로부터 법적,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하버드 지도부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고소했다. 반면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견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브라이언도 이날 자신 역시 하버드대를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 생활 당시 불편한 기숙사 침대부터 자신의 볼품없었던 학부 시절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대학을 고소하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자신의 청구가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보다 훨씬 더 타당성이 있다"고 말해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꼬며 연설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1985년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했으며, 재학 시절 교내 유머 잡지인 '하버드 램푼'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 작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진행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는 하버드대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2000년에는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를 맡았고, 2026년에는 명예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다시 졸업식 연사로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