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정점'으로 불려온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세의가 구속된 지 어느덧 닷새가 지났다.
AI로 제작한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앞서 법원은 26일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세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약 1년 동안 관련 수사를 이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사관 5~6명 규모의 전담팀까지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구속영장 신청서만 31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피해 범위와 수사 규모가 그만큼 방대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내놓은 각종 폭로와 의혹 제기는 숱한 논란을 낳아왔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선정적인 콘텐츠는 대중의 관심과 조회수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삶이 파괴되고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 가세연은 주로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을 상대로 '공격'을 펼쳤고, 이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겪어야 했다.
이번에 김 대표는 배우 김수현에 대한 '거짓 폭로' 혐의로 구속됐는데, 그 이전에도 김수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고통받은 이들이 많다. 이들의 가세연을 향한 분노는 오늘도 활활 타오른다.
사라진 6년... 가수 김건모
가수 김건모가 2020년 1월15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건모는 '가로세로연구소' 측의 보도로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김건모가 피해 여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룸 안 화장실에서 음란행위를 강요했고 이는 성폭행으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2020년 1월 대구 강연회에서 김건모의 아내 장지연씨의 결혼 전 사생활을 거론하며, 배우 이병헌과 동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이후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아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2020년 1월에는 김건모를 직접 소환해 약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수사 결과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장지연씨를 둘러싼 각종 루머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해당 결과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며 반발을 이어갔다.
그렇게 사건이 세간을 뒤흔든 지 6년이 흐른 2025년 12월13일 가로세로연구소 소장을 지낸 강용석 전 변호사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시 일부 내용이 허위였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사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김건모는 6년 가깝게 방송과 광고, 공연 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는 피해를 입은 뒤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는 깊고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게 됐다.
아들도 건드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19년 9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역시 가로세로연구소 측과의 악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례로 꼽힌다.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지난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특정 여배우의 CF와 작품 출연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러 사람이 참석하는 자리에 해당 배우를 대동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중국 공산당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하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공세는 가족에게까지 이어졌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원씨를 두고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여학생을 성희롱했으며 어머니인 정경심 전 교수가 이를 "왕따 피해"로 둔갑시켜 해외 유학을 보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놨다. 그러나 이후 검찰은 학교폭력심의대책위원회 회의록 등을 통해 조원씨가 오히려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대법원은 가로세로연구소 측의 허위 주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고,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총 4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한 가족 전체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악연 중의 악연... 이근 대위
이근씨가 2022년 6월17일 군복을 입은 채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군 출신 유튜버 이근은 2020년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의 집중적인 의혹 제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이근을 향해 성폭력 전과와 연쇄 성추행 의혹, 유엔(UN) 경력 조작 논란, 전 여자친구 사망 책임론, 스카이다이버 동료 사망사고 이용 의혹 등을 연이어 제기하며 강도 높은 '폭로'를 이어갔다. 자극적인 제목과 단정적인 표현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이근 역시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가로세로연구소는 2020년 10월 "이근이 UN 근무 경력을 거짓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UN 측은 공식 확인서를 통해 이근의 근무 이력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성추행 전과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제 벌금형 전력이 확인됐지만, 이근은 "명백한 추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가로세로연구소 측을 고소했다.
이 밖에도 가로세로연구소는 이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제 참전하지 않은 채 폴란드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후 이근은 국제의용군과 함께 찍은 사진과 전투식량 사진 등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결국 이근은 2020년, 2022년, 202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로세로연구소 측 관계자들을 잇달아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때 방송과 광고계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던 이근은 연이은 논란 속에 활동이 급격히 위축됐고, 이미지와 커리어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김세의 대표는 반성 중일까?
그럼에도 김세의 대표는 자신의 구속을 두고 정치권의 탄압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알 권리'와 '정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극적인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를 반복하며 막대한 조회수와 수익을 얻는 데 몰두했다고 비판한다. 이번 사태는 대의명분 뒤에 숨어 타인의 눈에 피눈물을 맺히게 한 행태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를 되묻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