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의 반등이 SK그룹의 마지막 당면 과제로 남아 있는 모양새다. SK그룹의 리밸런싱이 결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SK온은 누적된 투자와 손실 여파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온은 사업재편을 통한 재무개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 반등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SK온의 행보는 그룹 전체의 체질개선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의 리밸런싱 속에서 SK온도 재무와 실적 지표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온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SK실트론 매각에 속도가 붙으면서 리밸런싱 작업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7일 두산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공식화된 SK실트론 매각은 실적이 부진했던 내부사업 관련 정리 문제로 기존 시장의 예측보다 지연됐지만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기점으로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한국산업은행이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두산그룹에 2조5천억 원 규모의 금융주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SK실트론 전체 지분가치는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4%를 제외해도 나머지 SK 측이 보유한 70.6%의 가치만으로 3조5천억 원이 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SK그룹이 2년 넘게 진행한 리밸런싱 과정에서 매각한 개별자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악된다. SK실트론의 매각이 리밸런싱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SK그룹은 2024년부터 지금까지 13조 원 규모의 자산을 정리해왔다. 대표적으로 지주사 SK는 SK스페셜티 지분으로 2조6300억 원을, SK바이오팜 지분으로 1조2500억 원을 확보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보령LNG터미널 등을 매각하면서 1조 원가량을 손에 넣었다.
리밸런싱을 통한 효율화와 함께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SK그룹의 경영지표 눈에 띄게 개선됐다. SK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조6731억 원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이익 1조8039억 원을 1개 분기 만에 넘어선 수치다. 순차입금은 63조231억 원으로 1년 전 49조5543억 원에서 13조 원 넘게 축소됐고 부채비율도 172.8%로 같은 기간 37.1%포인트 낮아졌다.
SK그룹의 리밸런싱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속에서도 배터리 사업의 반등은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다. SK온은 2021년 10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뒤 여전히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온이 지금까지 영업이익을 거둔 분기는 2024년 3분기(240억 원)가 유일하다.
SK온의 중요성은 SK그룹의 사업 구조와 현재 상황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SK그룹 사업의 큰 두 축은 반도체와 에너지인데 먼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급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미래 기술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정유사업이 유가에 따라 손실뿐 아니라 큰 폭의 이익도 거두는 가운데 화학과 배터리사업이 반등 없이 장기 부진에 빠져있다. 다만 화학사업이 울산에서 진행하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등을 포함해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배터리사업은 여전히 SK그룹 성장산업으로서 확장해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SK그룹도 직접 핵심 사업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2개를 꼭 짚고 있다.
SK온은 사업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ESS용 배터리에서 실적 반등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SK그룹 분석보고서에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과 반도체 회복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남아 있는 과제는 "배터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서 모두 33조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이익창출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손실을 누적했고 이는 SK이노베이션 신용도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업재편과 ESS 배터리가 SK온 자체를 넘어 그룹 전반의 성과에 열쇠가 되는 셈이다.
SK온은 최근 미국 합작사업 재편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재무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1일 포드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구조 재편을 완료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법인(SK온 테네시)로 전환했다. 다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 2곳은 포드가 소유해 운영하는 구조다. 켄터키 공장과 관련한 자산 및 차입이 포드로 넘겨지면서 SK온의 재무부담이 크게 완화하는 흐름이다.
SK온은 이번 합작법인 체제 종결에 힘입어 5조4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SK온 순차입금이 기존 20조 원 수준에서 15조 원 안팎으로 4분의 1이나 감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2700억 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SK온 이자비용이 6767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지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포드로 넘어간 켄터키 공장에서 발생하던 감가상각비 부담도 연간 3300억 원 규모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체제 개편으로 재무구조를 강화하고 미국 내 생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며 "새롭게 확보한 단독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SS 배터리는 당장의 실적 반등이 절실한 SK온의 마지막 돌파구로 꼽힌다. 최근 중동사태 등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하면서 유가가 올랐고 이에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단기에 배터리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릴 만큼의 성장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붐'과 함께 ESS는 가파른 성장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SK온은 미국에서 기존 고객사와 추가 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재생에너지기업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계약을 맺었는데 이 기업을 포함해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북미 ESS 사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정부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ESS 설비를 민간으로부터 장기로 구매해 활용하기 위한 제도를 뜻한다.
SK온은 1차 입찰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2차 입찰에서 50.3%로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6월로 예정된 3차 입찰에서도 앞서 2차 입찰과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따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