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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12조7085억 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도 올해 1분기에는 미래에셋증권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증권사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의 내부 이사회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규모에 걸맞지 않은 아쉬운 대목들이 발견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경영진 감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 이사회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K-증권사 이사회 점검] 한국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이사회에 김남구 존재감 무겁다, 보상위 임추위에도 사내이사 그림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증권사로 꼽힌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 이면, 부족한 이사회 견제 장치

현재 김남구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사회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투자금융그룹에 오랜 시간 몸담아 온 오태균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역시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이 여타 5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과 달리 뚜렷한 ‘주인’이 존재하는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적극적 이사회 참여는 일종의 책임경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한국투자증권 이사회 내에는 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객관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할 만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과 오너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독립이사(사외이사)들의 활동 범위에 김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들이 구조적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남구 회장과 오태균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그리고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은 이사회 내 각종 핵심 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김남구 회장은 경영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있다. 오태균 사장은 경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성환 대표는 경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등 5개에 달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 사내이사 포함된 보상·임추위, 구조적 위험성 내포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 지배구조의 선진화 트렌드는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를 독립이사(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은 ESG위원회나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 등 일부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투자증권과 그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주인’이 있는 만큼, KB·우리금융 등 소유분산기업과 이사회 구성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은 한국ESG기준원에서 ‘전원 사외이사’ 구성을 권고하고 있는 보상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마저도 오너와 사내이사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후진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는 한국투자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경쟁사인 삼성증권 역시 보상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모두 사내이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만 사내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ESG기준원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보상위원회와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전원 독립이사로 채울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독립이사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사실상 한국ESG기준원이 강조한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러한 이사회 구성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다소 거리가 멀다. 글로벌 기준인 나스닥 상장 규정이나 뉴욕증권거래소 규정 등에서는 해당 위원회들을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이나 해외 거래소의 상장 규정에서 이들 위원회를 따로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 위원회가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경영진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 두 핵심 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대단히 직관적이다.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상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결국 경영진 스스로가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수를 결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사실상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역할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립이사는 본래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이사회의 꽃’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이러한 독립이사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위원회에 감시 대상인 오너이자 사내이사인 김남구 회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사실상 ‘감시받는 자’가 자신을 감시할 ‘감시자’를 선정하고 있는 셈이다. 

◆ 상장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도 같은 구조, '사외이사만의 회의'는 전무

특기할 만한 점은 이와 같은 지배구조의 한계가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이자 상장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지배구조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김남구 회장이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지주의 경영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도 포함되어 있다.

오태균 사장의 경우 지주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있으며, 경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5개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다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의 실제 활동 내역을 보면 두 위원회의 구조적 위험성의 작동 과정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2025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월11일과 3월11일 두 차례 열렸으며 각각 사외이사(현 독립이사) 후보군 승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의결했다. 그리고 김남구 회장과 오태균 사장은 이 두 차례의 회의에 모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 사외이사들을 뽑는 절차에 실제로 경영진이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4월8일 열린 제 3차 보상위원회, 6월27일 열린 제 5차 보상위원회에서는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오태균 사장이 ‘금융지주 임원의 경영평가 및 성과보상(안) 승인’ 안건에서는 ‘이해 충돌’을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위원회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위원회 결정의 독립성을 어느정도 확보도록 한 셈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독립이사들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선임독립이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하지만 독립이사가 아닌 인물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때 선임독립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법률상 강제조항이라는 점, 그리고 선임독립이사의 가장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인 ‘사외이사만의 회의’ 개최 실적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2025년 지배구조연차보고서 기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점 등을 살피면 좀 더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이 이사회 내에서도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것은 회사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인물일 뿐 아니라 금융업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정관이나 관련 법규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고, 책임경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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