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컨테이너선 운임의 하락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14.5% 하락했다. 특히 HMM의 주력 항로인 미주 노선 운임은 37.6% 급락했다.
HMM은 선대를 확대하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지만 화물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수송가능선복량(BSA)과 수송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9.7% 늘었지만 화물적취율은 66.7%로 2.7%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3월 이후 급속하게 오른 유류비도 부담이 됐다. 저유황유 가격은 2월 톤당 500달러에서 3월 900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4~5월에도 80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HMM의 매출원가 중 유류비 비중은 15% 정도다.
다만 벌크 부문(유조선·건화물선·다목적선)이 선방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벌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3355억 원에서 이번 분기 4029억 원으로 20.09% 늘어났다. 전체 매출 중 비중도 11.75%에서 14.82%로 3.07%포인트 올랐다.
다행히 증권가에서는 HMM의 2분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컨테이너 운임이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5월 SCFI는 1분기 평균 대비 약 30% 올랐다. 아울러 벌크선 부문의 선전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14일 내놓은 리포트에서 “전쟁 등 거시경제 혼란 시기는 단기적으로 물류사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다만 유류비 상승은 변수다. 만약 유류비가 계속 오른다면 지금의 운임 상승을 상쇄할 수 있다. 단기간에 유류비가 급등하면서 그 부담을 화주에게 즉시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컨테이너선 비중 낮추기 올인
문제는 중장기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컨테이너선 부문의 운임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즉 물동량 증가가 원인이 아니라 항로 차질이 낳은 일시적인 상승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후티 반군의 공격,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선박들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선박의 실질 공급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팬데믹 기간에 발주됐던 대규모 신규 컨테이선들이 계속 인도되면서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량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운임 하락 폭이 가팔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1분기 실적은 HMM의 약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컨테이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약점이라면, 벌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가능성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최원혁 사장은 컨테이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단기적 방안은 역시 벌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벌크 부문은 컨테이너선에 견줘 상대적으로 업황이 견조하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와 아프리카 원자재 수출 증가로 철광석·석탄 물류가 증가하면서 벌크선 운임의 지표가 되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 사장은 자동차운반선(PCTC), 특수화물선 등 다양한 선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 사장은 회사를 육상·항만·창고·내륙운송까지 연결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24일 열린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은 비전을 담은 ‘무브 비욘드 마리타임(Move Beyond Maritime)’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한 해운사를 넘어 육상-해상-항공을 아울러 전방위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요 항만터미널과 내륙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데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원혁 사장은 물류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온 국제물류 전문가다. CJ대한통운에서 포워딩본부장, 글로벌부문장, 해외본부장 등을 지냈고, 범한판토스(현 LX판토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2025년 3월 HMM에 영입돼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