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구축에 합의했던 중국이 불과 나흘 만에 항공모함 전단을 서태평양에 전개하며 본격적인 영향력 과시에 나섰다. 외교적으로는 안정과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서태평양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대전 승리 80주년'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19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1호 항공모함 랴오닝함 편대가 이날부터 '서태평양 관련 해역'에서 훈련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군은 "원양 전술 비행과 실탄 사격, 지원·엄호, 종합 구조 등 다양한 훈련 과목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부대의 실전 수행 능력과 원해 작전 역량을 점검·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해군은 이번 훈련이 연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정례 훈련이라고 강조하며, 국제법과 국제 관행에 부합하는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태평양은 한국·일본·대만·호주 등이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미국 해군 제7함대의 핵심 활동 해역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정례 훈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에서도 상시 작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에 공개적으로 던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항모 전개는 오랫동안 서태평양에서 유지돼 온 미국의 해양 우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자국 연안 방어 개념을 넘어, 보다 먼 해역까지 전력을 투사하는 '원양 해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군은 그동안 근해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제1도련선, 즉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을 잇는 해역을 넘어 서태평양 진출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난해 5~6월에는 제1호 항모 랴오닝함과 제2호 항모 산둥함 전단이 사상 처음으로 '쌍항모 훈련'을 실시하며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서태평양을 순차적으로 항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와 미국령 괌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까지 돌파하며 활동 범위를 한층 넓혔다.
이후에도 중국군은 대만을 겨냥한 군사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려왔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대만 포위 훈련'과 올해 4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의 대만해협 통과에 반발해 진행한 보복성 해상 훈련에서도 서태평양은 주요 활동 범위에 포함됐다.
여기에 중국군은 '서태평양 공동 순찰'을 명분으로 러시아군과의 연합 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