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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조성된 '받들어총'(집총경례) 조형물을 둘러싸고 시민들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관을 해친다, 양갈비를 닮았다, 맞은편 미국대사관을 향해 경례하나 등 비판인 쏟아졌다. 무엇보다 "왜 용산 전쟁기념관이 아닌 광화문광장인가"라는 질문에 무게가 실린다.  

박정희 이승만이 어려우니 결국 한국전쟁만 남았나 : 광화문 '받들어총'에 드리운 '이념의 그림자'
논란이 된 감사의 정원 내 받들어총을 연상시키는 석재 조형물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현 국민의힘 시장 후보)이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이념적 상징물로 이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200억 원이 넘는 시민 세금으로 자신의 정치 선전물을 세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러 지적 가운데 오 시장이 왜 하필이면 1950년 발발해 76년이 흐른 한국전쟁을 2026년에 소환했는지 묻는 질문도 적지 않다. 한국전쟁이 보수층 결집의 중심이 된 것인데,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박정희의 산업화'를 구심점으로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6·3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은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을 향해 "시민의 공간인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를 밀어내고 207억 원의 혈세를 쏟아 '받들어 총' 모양의 어색한 구조물을 만들었다"며 "이것이 정상적인 서울시장의 모습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논란이 된 받들어총 모양의 조형물을 "대한민국의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일을 영원히 아로새겨 처절하고 숭고했던 자유 수호의 시간을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라 소개했다. 

받들어총 자세를 연상시키는 23개의 상징 조형물은 높이 6.25m 규모로, 22개 참전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한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12일 직접 '감사의 정원'(공식명칭) 준공식에 참석해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그간 광화문광장에는 나라를 지키신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이 있고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도 살아 있었지만, 정작 자유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 그리고 세계 시민과의 연대를 기억하는 공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특히 거대한 총기 형상의 구조물을 두고 "받들어총 자세 같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양갈비 뼈 모양 같다", "거대한 따릉이 주차장 같다", "공룡 뼈 전시장 같다" 등의 조롱 섞인 반응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이념적 맥락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세종대왕과 한글 사이를 가로막은 터무니없는 위치 선정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상 사이에서 너무 이질적이다", "6·25 정신을 기억한다면 단군, 3·1운동, 산업화, 민주화 상징물까지 모두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2021년 7월 당시 광화문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며 "새롭게 조성될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은 열린 광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형물은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글자마당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오세훈 시장이 기존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전쟁기념관이라는 대규모 전쟁·호국 공간이 별로 멀지 않은 용산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왜 굳이 광화문광장 중심부에 이 조형물을 세웠느냐는 논란이 크다.

박정희 이승만이 어려우니 결국 한국전쟁만 남았나 : 광화문 '받들어총'에 드리운 '이념의 그림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6.25 참전유공자와 석재 조형물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보수 진영의 '이념적 빈곤'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보수진영은 그동안 박정희의 산업화, 이승만의 건국, 한국전쟁의 반공을 이념점 거멀못으로 삼아왔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보수진영이 역사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퍼올리는 샘물이 됐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박정희'라는 정치 기호는 대한민국 담론장에서 크게 위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보 고속도로'(디지털 전환), 이재명 대통령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으로 진보진영이 경제성장에 앞장선 마당에 '경부고속도로 신화'를 강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을 떼어놓을 수 없기에 애초부터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이제 보수진영에 한국전쟁은 더욱 소중하다. 어쩌면 유일하게 남은 이념적, 역사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한국전쟁에서 북한에 맞섰던 유엔군을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 한다. 시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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