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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 열기는 뜨겁다.

그러나 전 세계 관객들의 열과적인 반응과는 반대로 평론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 관객과 평론가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 지워진 21년의 공허함
마이클 잭슨이 2002년 4월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아메리칸 밴드스탠드’ 50주년 기념 공연 녹화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왼쪽).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영화 ‘마이클’에서 마이클 잭슨 역을 연기하는 장면. ⓒAP=연합뉴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이클'은 지난 17일 하루 동안 17만90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북미에서는 지난달 24일 개봉 이후 2억82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고, 북미 외 지역에서도 4억2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 세계 누적 매출 7억 달러, 한화 약 1조원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뜨거운 흥행과 달리,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평론가 지수는 39%에 머문 반면, 관객 지수는 무려 97%를 기록했다. 현재 '마이클'은 단순한 호불호의 차원을 넘어 '팝의 황제'를 둘러싼 기억과 유산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는 분위기까지 엿보인다.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 '잭슨 파이브' 활동부터 시작해, 'Thriller'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계적 스타로 도약하는 과정, 그리고 'Billie Jean' 무대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춤 중 하나인 문워크를 처음 선보이는 순간까지를 화려하게 담아낸다. 이어 그의 커리어 정점으로 평가받는 'Bad' 월드투어까지,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을 숨 가쁘게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는 이상할 정도로 그 이후의 시간을 비워 둔다. 'Bad' 월드투어 이후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려 21년의 세월이 통째로 사라져 있다. 그 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간이 가장 깊은 상처와 외로움, 오해와 고통을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다.

영화는 그가 겪어야 했던 아동 성추행 의혹과 끝없는 루머, 그리고 백반증으로 인해 감당해야 했던 왜곡된 시선들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또한 흑인 가수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했던 시대 속에서, 그가 어떤 편견과 싸우며 정상에 올랐는지도 충분히 비추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초월적인 존재였지만, 현실 속 그는 늘 세상의 오해와 편견 한가운데 놓여 있던 사람이었다.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 관객과 평론가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 지워진 21년의 공허함
영화 '마이클 포스터. ⓒUPI 코리아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This) 마이클은 평면적이며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화려한 신화만 남았을 뿐, 정작 그 신화를 이뤄낸 인간 마이클의 땀과 고뇌는 지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마이클 잭슨을 향한 왜곡된 시선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그의 음악성과 인품, 그리고 시대를 관통한 그의 메세지들이 재조명받고 있지만, 한때 국내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왜곡돼 있었다.

1996년 첫 내한 당시 국내 일부 기독교계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퇴폐문화를 조장하고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그의 뮤직비디오와 음악,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근거로 '악마숭배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문화체육부 내부에서도 그의 내한공연을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정도다.

미국에서 그를 둘러싼 루머는 훨씬 더 잔혹했다. 공연 중 사고로 코를 다쳐 수술을 받고, 백반증을 앓게 된 사실은 어느새 '백인이 되기 위해 박피수술을 반복했고, 성형 중독이다'는 악성 루머로 변질됐다. 이 밖에 '150세까지 살고 싶어 산소통 같이 생긴 기괴한 상자 안에서 잔다', '아이들과 함께 자는 것을 즐긴다', '공연이 귀찮아 앉아서 무대를 한다' 등 터무니 없는 루머가 그의 주위를 끊임없이 떠돌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였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가십의 표적이기도 했던 셈이다.

영화가 이런 고통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아니다. 당초 제작진은 아동 성추행 의혹 사건까지 포함해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과거 잭슨 관련 영화에서 사건 당사자를 등장시키지 않기로 한 합의 조항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해당 분량을 전부 폐기하고 시나리오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영화는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인간적 시기를 스스로 도려낸 채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단순히 위대한 팝스타 한 명으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거대한 인물이다. 그는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 반대와 평화, 전쟁 중단,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예술가였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 전기영화 ‘마이클’ 관객과 평론가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 지워진 21년의 공허함
마이클 잭슨과 김대중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해외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수많은 선행을 이어온 것 외에도, 국내에서의 일화 역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은 첫 내한 이후 1년 뒤인 1997년, 무주리조트 투자 협의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해당 방한은 단순한 사업 일정이었지만, 그는 출국 일정까지 미루면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유명한 분을 만나 영광"이라며 긴 시간 담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는 마이클 잭슨의 세계적인 음악성과 인도주의적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의 경천애인(敬天愛人) 휘호를 직접 써서 선물하기도 했다. 이 인연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훗날 김 대통령 취임식 참석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마이클 잭슨은 단지 무대 위에서만 세상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영향력을 통해 비록 작을지라도 현실의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이번 영화 '마이클'은 분명 황홀한 작품이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마이클 잭슨을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그 작품은 단지 전설의 화려함만을 재현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환호와 열광 속에 가려졌던 그의 눈물과 상처, 세상의 조롱 속에서도 끝내 음악과 사랑을 놓지 않았던 인간 마이클 잭슨까지 함께 담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팝의 황제'가 아니라, 한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한 사람 마이클 잭슨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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