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부분은 21세기 대한민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일부 장면에서 왕실을 중국에 종속된 제후국처럼 묘사했다는 점이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가 18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최태성 인스타그램
한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은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 정신 좀 차리시옵서서"라는 문구가 담긴 21세기 대군부인의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인들이 보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매번 터지면서도 늘 그 자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역사학계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며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으로 왜 퉁치려 하시는지. 왜 그리도 아까워하시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시는지"라고 꼬집었다.
최태성는 "제작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고증 연구소에 작품 맡기면 대본, 복장, 세트장 모두를 원스탑으로 안전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연구소가 필요하다"며 "출연자들도 안심하고 연기에만 몰두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극 중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의 왕 즉위식이다. 극 중 신하들은 이안대군의 즉위식에서 '만세' 대신 '천세'를 외쳤다. 역사적으로 만세는 독립된 황제국 군주에게 사용하는 표현이고, 천세는 중국 황제 아래 제후국 왕에게 쓰는 표현이다.
왕이 착용한 '구류면류관'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줄이 9개인 구류면류관은 제후국 군주의 복식이다. 조선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 황제를 상징하는 '십이면류관'을 사용했다.
시청자들은 "대한민국을 중국 제후국처럼 표현했다", "동북공정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설정",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다'를 한국 스스로 전세계에 홍보하는 그 첫단추가 채워진 엄청난 사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2002년부터 추진한 국가 차원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로, 동북 지역의 역사와 현실 문제를 중국 중심 시각에서 정리하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고구려·발해 등 한민족의 역사를 중국사 안에 포함하려는 해석이 제기되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공식 사과했다. 제작진은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세계관 설정과 고증 부족을 인정했다. 이후 재방송에서는 '천세' 음성을 삭제하는 긴급 편집이 진행됐다. 제작진은 VOD와 OTT 플랫폼에도 자막과 음성 수정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은 해외로도 번지고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디즈니플러스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수정 전 버전이 그대로 송출되고 있다며 자막과 음성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관련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방영 초기부터 이어진 고증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조선에서는 대비의 지위가 대군보다 높지만, 드라마에서는 대비 윤이랑(공승연)이 있음에도 이안대군이 어린 왕 이윤의 섭정을 맡는 설정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대비가 대군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과 중국식 다도 예법 등이 잇따라 지적되며 역사 고증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