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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이른바 ‘ABC 분류론’이 더불어민주당 내부를 뒤흔들고 있다.

정치인과 비평가들을 A, B, C그룹으로 분류한 것을 두고 몇몇 정치인과 비평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비평에 불과함에도 '심각하게' 반발하는 것을 두고 당내 권력투쟁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권력’과 ‘영향력 없다’는 유시민의 ABC 발언에 누가 긁혔나, 면면 살펴보니
유시민 작가가 2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ABC 분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매불쇼 갈무리

특히 유 작가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른바 ‘긁힌’ 정치인과 스피커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재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 잠재된 분열의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유시민 작가가 현역 정치인도 아니고 민주당 당원도 아니다”며 “분파적인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지 말고 우리 당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단결하자”고 말했다.

유 작가의 ‘ABC 분류론’은 정치인과 비평가, 민주진영 스피커들을 가치 중심적인 A, 이익 중심적 B, 가치와 이익의 교집합 성격을 갖는 C로 나누어 설명한 주장이다. 유 작가는 ABC 분류론과 관련해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두 차례 출연해 설명했는데 본질적으로 지지자들을 구분지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유 작가는 지난 25일 매불쇼에서 “일반 시민이나 당원 차원에서는 가치를 우선하는 A그룹이 원의 크기가 훨씬 크고 압도적”이라며 “반면 직업 정치인이나 스피커들의 세계로 오면 이익 동기가 강한 B그룹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훌륭한 지도자는 A와 B를 잘 조화시키는 C그룹 성향을 가졌다는 게 유 작가의 이론(가설)이다.

그런데 유 작가의 발언을 접한 민주당 의원들과 일부 민주진영 스피커들이 날선 반응을 나타내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이를테면 자신들을 이익을 쫓는 B그룹으로 매도하고 유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씨,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은 공공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A그룹으로 분류했다고 반격한다. 한마디로 부당한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다. 

‘권력’과 ‘영향력 없다’는 유시민의 ABC 발언에 누가 긁혔나, 면면 살펴보니
한준호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공개된 법무부 특별점검 문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정치인으로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한준호 민주당 의원가 반격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유 작가님께서 요즘 저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자꾸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냥 (저한테) 차 한 잔 하자 이렇게 연락할 것 같다”며 “제 번호를 모르시나요?”라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김현 민주당 의원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유 작가를 두고 “유명세 즐기는 강남 지식인”이라 비난한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김 총리는 논란이 일자 공식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친민주당 성향의 스피커들 가운데서는 이동형 작가가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유 작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동형 작가는 유 작가의 첫 번째 ABC 이론 방송이 나온 뒤인 지난 19일 MBC뉴스하이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꺼져가는 '친문'의 세력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김어준, 조국, 유시민 손을 잡았다”며 “아무리 분석해봐도 그 이유 말고는 해석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유 작가에게 날을 세운 이들 대부분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정부안을 옹호하거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강하게 반대해왔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제안했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것을 두고 “김어준·유시민의 영향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유 작가의 위상 하락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유 작가의 발언에 이들이 보여준 날카로운 반응은 역설적으로 유 작가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동혁 작가는 25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어이없는 건 유 작가 자신이 권력이 없다, 내게 왜 권력이 있느냐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라며 “딱 일주일 사이에 구독자가 2만명 빠졌다. 이동형TV에 출연하는 패널들이 출연 못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유시민씨 이게 권력”이라고 비난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스피커들 가운데 한 명인 박시영 주식회사 박시영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서 유 작가를 비난하는 반응들을 두고 “유 작가님 영향력이 떨어졌다면서 왜 발끈하느냐”며 “유 작가보다 더 좋은 이론을 내놓으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ABC 논쟁'의 본질은 결국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부의 주도권 경쟁으로 분석된다. 유 작가와 김어준 총수 등으로 대표되는 '타협 없는 검찰개혁', 조국혁신당에 대한 우호적 노선과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앞세우며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청래 대표가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뒤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고  김민석 국무총리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맞대결을 펼친다면 민주당 내부의 노선 갈등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 작가가 민주진영 내부의 갈등을 키웠다면서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해 합당,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이미 불거졌던 당내 대립은 사실상 눈감으면서 '대립의 성격'을 진단한 사람을 두고 갈라치기 한다며 비난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지금이) 선명성 논쟁이나 사상투쟁을 통해 옳고 그름을 가릴 때는 아닌 것 같다”며 “그 발언을 철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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