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대표가 야간근무가 힘들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직접 심야 택배를 체험한다. 로저스 대표는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힘들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대표가 19일 경기 하남시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심야 택배 업무를 체험한다.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대표가 야간 노동 실태를 직접 파악하기 위해 19일 경기 하남시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심야 택배 업무를 체험한다.
이번 체험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연석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가 야간 노동 체험에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뒤 후속 조치다.
당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힘들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는 로저스 대표의 발언이) 정말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야간 근무자가 주간 근무자보다 몸의 부담이 훨씬 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일해본 사람이 이렇게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며 "저와 같이 하루 12시간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의원과) 함께 배송하도록 하겠다"며 "저는 이미 몇 번 그런 경험이 있고 의원도 원하면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후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아 체험은 미뤄졌다. 이후 3개월이 지난 3월19일에 염태영·김영배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야간 택배 업무를 체험할 것으로 전했다.
"올해 6월24일 시작된 쿠팡의 최근 사고에 유감을 표명한다."
국회 청문회는 쿠팡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으로 시작됐다.
2025년 11월18일 전직 쿠팡 직원에 의해 쿠팡 회원 337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쿠팡은 다음날 저녁 이를 신고하며 "유효한 인증 없이 4536개의 계정 프로필에 접근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열흘이 지난 11월29일 쿠팡은 "후속 조사 결과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유출사고 발표 다음날인 11월30일 공식 앱 배너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올해 6월24일 시작된 쿠팡의 최근 사고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사고'가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 공지는 다음날인 12월1일까지 노출된 뒤 크리스마스 빅세일 광고로 대체됐다.
"미국에선 개인정보 관련법 위반이 아니다."
로저스 대표는 12월17일 유출 사건 조사를 위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에선 개인정보 관련법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포괄적 개인정보보호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없는 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청문회 다음 날인 12월18일(현지 시각) 미국에 위치한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는 공시 의무 위반 등 이유로 주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거짓된 사실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유족 주변을 지킨다."
쿠팡의 심야 근무 등 격무로 인한 과로사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됐다. 특히 산재 사망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 2025년 12월10일 MBC가 쿠팡의 산재 대응 매뉴얼을 공개하며 파란이 일었다.
문건에는 "CCTV를 확보한다", "가족 구성원 중 우호적 소통채널을 확보해 회사에 의지할 수 있도록 한다",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거짓된 사실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유족 주변을 지킨다" 등 일반적 산재 대응 매뉴얼과 사뭇 다른 내용이 적혀 있어 충격을 줬다.
그밖에 "사실과 다른 주장, 왜곡 보도시 강력 대응할 것임을 각인시킨다", "노동단체의 집회 및 시위정보를 파악한다",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을 방지하고 사건의 확대 해석을 막는다" 등 언론 취재·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라"
일주일 뒤인 2025년 12월17일에는 장덕준씨 과로사 사건 당시 쿠팡 한국 법인 대표였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최고 개인정보보호책임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내역이 공개됐다. 장덕준씨는 2020년 10월12일에 쿠팡에서 쿠팡 근무 중 과로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
김범석 의장은 당시 정보보호책임자에게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라"며 장덕준씨가 일하지 않은 영상과 시간을 확보해 과로의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심지어 이 대화를 나눈 다음날 2020년 10월26일 국회에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장덕준씨의 사망이 과로사라는 유족들의 주장을 직접 부인했다.
쿠팡은 해당 메시지의 진위를 문제 삼았지만 2025년 법정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유리한 증거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