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순방 도중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던진 '여당 그릇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세력의 책임 의식과 외연 확장을 강조했으나 정작 당을 지켜온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는 냉담함을 넘어선 '배신감'마저 감지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사진)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여당 그릇론'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연합뉴스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외연 확장론'을 외치는 이른바 '뉴 이재명' 세력들이 정작 당내 전통적 주류와 방송인 김어준씨, 유시민 작가 등 핵심 자산들을 '반이재명'으로 낙인찍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도 이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안에 있는 기둥도 품지 못하는 '뉴이재명'의 좁은 그릇으로 어떻게 중도층을 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5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 담긴 '여당 그릇론'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막스 베버의 주장을 인용하며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욕설을 잘한다고 강한 당이 되지는 않는다", "여당의 열정은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 등의 표현도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선명성을 강조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글을 공유한 뒤 "지도부가 더 이상 정부에 부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박규환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당대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대통령 순방 중에 벌써 '시·도당 당선자 워크숍'까지 쫓아다니며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할 열정을 편 가르기와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가 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행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대통령의 글을 본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 느끼는 감정은 '배신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무능한 선동가'라는 단어가 결국 선명한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이 대통령을 지지해 온 진영 내 스피커들과 지지자들을 겨냥한 낙인찍기라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엑스 글에는 15일 현재 3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상당수는 민주당이 배출한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일 때 윤석열 정부와 함께 싸웠던 방송인 김어준씨, 유시민 작가 등은 비난받고 이들을 비난하는 '뉴 이재명' 세력의 정치적 입지는 커지는 게 '통합'과 '외연확장'이냐는 성토였다.
이번 메시지가 지지층의 역풍을 맞는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의 '세력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범여권 내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정청래 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를 통칭하는 '문조털래유'라는 신조어가 갈등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국무총리. ⓒ연합뉴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친청-친석계 사이의 당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뉴이재명'을 대변하는 세력이나 평론가, 유튜버들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문조털래유'로 대변되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 주류를 '중도 확장의 걸림돌'로 취급하며 선을 긋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전통적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발언을 하고, 유럽 순방을 떠나기 전 공항 배중에 정청래 대표는 '패싱'한 채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등 일련의 흐름에 대해 노골적인 '김민석 당대표 밀어주기'라며 불만섞인 목소리가 존재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이 대통령의 이번 엑스 글은 전통적 지지층(이른바 문조털래유) 세력과 그들을 따르는 핵심 지지층을 향한 경고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절교 선언'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선거 때에는 '문조털래유'의 강력한 여론 형성 능력과 스피커에 기대어 대통령에 오르더니 집권 뒤에는 이들을 독선과 진영에 빠진 선동가로 치부하며 토사구팽하려 한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의 냉랭한 기류는 실제 여론조사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1.5%로 1주 전 조사보다 3.7%포인트 하락했는데 광주·전라(8.1%포인트), 50대(5.9%포인트), 진보층(5.1%포인트) 등 '집토끼'라 평가되는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에서 하락 폭이 컸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57%로 지방선거 직전인 5월3주 차 조사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광주·전라(10%포인트), 50대(12%포인트), 진보층(5%포인트)에서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시민 작가(왼쪽)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특히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낙선했음에도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11%로 지방선거 전(4%)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대통령이 개혁의 선명성보다 통합을 강조하고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기조를 따라가면서,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조국혁신당 지지를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조 전 대표가 7%로 범여권 인물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는데 광주·전라 지역에서 21%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지난 3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광주·전라의 조 전 대표 지지도는 17%였다.
이에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집권 기반이 되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허물면서 쌓아 올리는 중도 확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14일 JTV뉴스에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나 김용남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등의 모습에서 기존의 집토끼라고도 표현하는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렇게 하는 게 확장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가 명확한 설명을 설득력있게 하지 않고 대통령이 다 생각이 있어서 하신거니 지지해달라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시민 작가는 지난 3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에 대한 핵심(코어)지지층의 지지 온도가 식는다는 것이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재명 정부가 어려움이 왔을 때 어려움을 버텨주는 힘이 엄청 약해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조차도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글이나 말이 지지층을 통합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갈등이 더욱 커지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RDD(임의전화걸기)·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