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독교 극우 세력 내부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가구당 1표제를 도입하자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터닝포인트 USA 최고경영자(CEO) 에리카 커크가 2026년 6월5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여성 리더십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6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열린 '터닝포인트 USA 여성 리더십 서밋'에서 일부 참석 여성들이 더 보수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 투표권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 참석한 알렉서스 드그라프(31)는 12일 캐나다 CBC 방송과 나눈 인터뷰에서 "기독교인 여성으로서 남편과 나는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며 "남편이 나를 충분히 대변해 줄 것이라 믿어 투표권을 포기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극우 인플루언서이자 이번 기조연설자였던 사바나 스톤(21)은 1인 1표제가 아닌 '가구당 1표제'를 도입하고, 남편이 가정을 대표해 투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50만 명, 틱톡 팔로워 3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스톤은 2025년 '더 포켓 위드 크리스 그리핀' 팟캐스트에 출연해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다면 낙태가 합법화되지 않았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여성 리더십 서밋은 2025년 9월 피살된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찰리 커크의 부인인 리카 커크가 이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닝포인트가 젊은 유권자들을 결집하고 이들을 기독교 우파 운동으로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6월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열린 '터닝포인트 USA 여성 리더십 서밋'에서 여성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의 정치·선거법 전문 온라인 매체인 '데모크라시 도켓'은 여성의 투표권에 반대하는 의견이 기독교 우파 운동, 특히 기독교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점차 영향력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여성의 투표권에 반대하는 기독교 민족주의 목사 더그 윌슨의 영상이 CNN을 통해 보도되자, 해당 영상을 자신의 SNS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가족은 가구당 투표제와 여성 투표권 반대 입장을 가진 윌슨 목사가 이끄는 '개혁 복음주의 교회 연합(CREC)' 소속 필그림 힐 개혁교회 신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의 참정권은 오랜 투쟁과 희생 끝에 확보된 민주주의의 핵심 권리다. 그러나 이를 가구 단위로 재편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그 역사적 의미를 역행하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 내에서 형성된 담론이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일부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미국 기독교 우파의 영향을 받아 관련 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의가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가구당 1표제'나 '여성 참정권 제한'과 같은 극단적 주장은 국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만큼 직접적 제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보수적 가정관을 강조하는 흐름과 결합해 정치·사회적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