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2년 차의 성공을 뒷받침할 개혁 입법과 여전한 불씨로 남아있는 '검찰개혁'의 수위 조절을 동시에 해내야 할 엄청난 부담을 짊어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17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후반기 원구성 협상 시한을 오는 18일로 제시하며 막판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원구성 협상 역시 최대 격전지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원내 제1당이 가져가면 법사위는 제2당이나 야당이 맡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례이자 상호 견제의 원칙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으로 넘겨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모두를 위한 포용과 개방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진심이라면 먼저 법제사법위원장직부터 포기하길 바란다"며 "관례와 전통을 파괴하고 국회의장·법사위원장직을 독점하면서 포용과 개방을 운운하는 건 모순이고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결코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운영과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며 "특히 중동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도 정부와 손발을 맞춰 실제 성과를 낼 민주당이 지켜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 원내대표의 공언대로 민주당이 법사위를 사수하더라도 당내에서 선뜻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후보가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앞서 22대 국회 전반기에는 정청래 대표,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개혁에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들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세 사람 모두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비타협적 자세를 고수하며 지지층의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공소청(검찰)과 중수청(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해야 할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남겨야 한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입장과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거나 개혁 수위를 조절하려 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검찰개혁을 후퇴시킨 역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검찰개혁과 관련해 정부 입장과 각을 세우며 강경한 자세를 취한다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평가될 수 있다.
게다가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들도 통과시켜야 한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검찰개혁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의 대치를 극복하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개혁입법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야당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까지 고려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민생 민법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고난도 방정식을 풀어야하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법사위원장 후보로 송기헌, 전현희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잘 수행해내지 못한다면 2028년 총선 때 거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