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의 전격적 공습으로 2026년 2월28일 시작된 이란전쟁이 6월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협상 타결 선언과 함께 106일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미국은 이란 전역을 1만2천 곳 넘게 타격함으로써 최계 최강의 군사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한 없이 초라하다. 막판에는 종전을 위해 이란에 매달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와 함께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세 가지를 잃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각 기준 14일 오후 5시30분 경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종전합의가 지금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도 이날 이란매체와 나눈 인터뷰에서 "미국과 전쟁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으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28일 이란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시작된 이란전쟁은 이날부로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미국과 이란이 4월8일 휴전에 들어가면서 협상을 벌인 지 2개월 만이다. 이번 종전 서명식은 19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 줄다리기 끝에 이란전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지만, 미국이 입은 전략적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군사적 패권의 심각한 균열 드러내
미국 육군 아파치 헬리콥터. ⓒ A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2월28일 이란전쟁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울렁증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공중 폭격만으로 이란을 꺾을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란은 버티면서 이스라엘과 중동지역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날렸다. 결국 전쟁의 승리를 위해선 지상전 투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이란전쟁 내내 미군은 지상군 투입하지는 않았거나 못했다.
이란전쟁이 한창이던 올해 3월 안보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 예측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전쟁역사 권위자인 로버트 페이프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올해 3월 말 뉴스레터 발행 플랫폼 서브스택에 기고한 글에서 "미군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갈수록 더 많은 병력과 장비를 추가해야 하는 '확전 수렁'에 빠질 것이다"며 "미군은 초기에는 지상군 투입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유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결국 미국은 첨단 드론과 정밀 유도미사일, 벙커버스터 등을 동원해 이란의 군사 인프라를 대거 타격했지만, 이란이 수십년간 구축한 지하 핵시설과 미사일 벙커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못한 것뿐 아니라 공군력과 해군력도 의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공중 폭격 자원은 급방 바닥을 드러냈고 한국에서도 미사일을 빼가야 할 정도였다. 항공모함 전력은 호르무즈해협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해안 근처에서 벌이는 연안 전투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요컨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마지막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군사적 무능'을 전 세계는 똑똑히 지켜봤다. 미군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이제 적대국은 미국을 예전처럼 무서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처럼 준비하고 버티면 미군도 별 수 없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갑자기' 커진 중국의 존재감, 미국과 중국 사이 힘의 균형이 흔들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타스통신=연합뉴스
이번 이란전쟁에서 역설적이게도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합동참모본부 정보국은 5월 보고서를 통해 이란전쟁 속에서 중국이 군사, 외교, 경제 분야 전반에서 미국을 향한 우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 정보국은 "이란전쟁이 시작된 뒤 중국은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에게 무기를 판매해 왔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세계 여러 국가를 지원했다"며 "중국은 이란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중국이 이번 이란전쟁에서 미국의 전쟁수행 방식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중국의 미래 군사작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는 기회까지 얻었다고 짚었다.
이처럼 이란전쟁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인 중국의 역할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전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란전쟁이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데 중국의 '도움'을 사실상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핵심 외교파트너이자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중재를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CNN은 "미중 정상회담 뒤 발표된 양측의 자료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까지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협력을 구한 장면은, 미국과 중국 사이 힘의 균형이 이란전쟁을 거치면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여전히 미국 우위는 맞지만 중국의 지위는 예전보다 더 올라갔다.
미국이 이란전쟁으로 발이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은 중동에서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미 외교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이득을 챙긴 셈이다. 반대로 미국은 외교무대에서 예전보다 입지가 줄어드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무기를 발견하다, 중동 지형도가 바뀐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 AP통신=연합뉴스
이란전쟁에서 미국이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란 핵문제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전쟁 종전협상 합의에 따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개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 매체 파르스통신은 '이란과 오만의 협력으로 페르시아만 수역의 통항 법체계를 규제하기로 결정되었다'고 전했다.
통행료 부과 문제와 별도로,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핵폭탄급 무기'를 손에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은 핵개발 가능성과 미사일 능력을 가장 두려워했다. 이번 전쟁을 시작한 명분도 이란 핵개발 능력 파괴였다. 하지만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섰고 이는 전 세계 유가를 끌어올렸다. 순석유 수출국인 미국의 유가도 치솟았다고 미국 시민들은 고물가의 고통을 그대로 견뎌야 했다.
이에 이란은 앞으로 미국이 자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때마다 호르무즈 봉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중동 국가들이 1차 피해를, 미국 자신과 유럽 국가들이 2차 피해를 고스란히 힘게 된다. 이제 미국은 이란 문제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요컨대 미국의 중동개입 비용과 리스크 셈범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됐다.
미국은 이번 이란전쟁 비용으로 하루 10억 달러(한화 1조5천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추산되며, 이란은 미국의 공격으로 입은 물적 피해를 약 2700억 달러(약 400조 원)으로 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막대한 군사 비용과 외교적 불리함, 중동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무릅쓰고 이번 이란전쟁을 수행했지만 이란 정권은 결국 살아남았고 미국은 많은 것을 잃었다. 이란전쟁이 이라크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만큼 미국의 '유일 패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