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전쟁을 벌이고도 전후 재건비용을 사실상 동맹국과 걸프 산유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약 3천억 달러(한화 약 454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을 국제 민간투자 형태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 미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17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문에는 3천억 달러 규모의 민간기금을 조성해 이란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절반이 넘는 자금이 이미 출자하기로 약정된 상태라면서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파이낸셜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 재건기금은 정부 자금이 아니라 이란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조성될 것이다"며 "유럽의 많은 기업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으로부터 출자를 기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과 일본 등의 민간 자본참여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동맹국 기업들이 이란 재건비용을 분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이 벌인 전쟁의 전후 처리비용은 국제사회와 민간 투자자들이 나눠 짊어지는 셈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3천억 달러 규모의 민간기금의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 CBS와 나눈 인터뷰에서 재건기금을 두고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걸프 해안 연합군 등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 기금이 보상 또는 배상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란 수석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장의 전략고문인 메흐디 모하마디는 최근 "보상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재건을 언급할 때 전쟁 중 이란에 가해진 피해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메흐르통신은 전했다.
다만 이란 재건기금은 미국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12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정권이 여전히 집권 중인 상황에서 재건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나치가 집권한 독일에 마셜플랜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이 실제 한국을 재건기금 참여 후보로 지목한다면 새로운 외교적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