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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왼), 수상 소감을 밝히는 한강 작가의 모습(오). ⓒ뉴스1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스웨덴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다(왼), 수상소감을 밝히는 한강 작가의 모습(오). ⓒ뉴스1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3) 작가의 우리말 수상소감 전문이 공개됐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12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4년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한강 작가가 영어로 발표한 수상 소감의 우리말 원문을 문학동네에 보내왔습니다. 수상 소감 전문을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특별 연회에서 영어로 수상소감을 발표한 바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들고 있다. ⓒ뉴스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들고 있다. ⓒ뉴스1 

 

다음은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 전문. 

여덟 살 때의 어느 날을 기억합니다. 주산학원의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맹렬한 기세여서, 이십여 명의 아이들이 현관 처마 아래 모여 서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습니다. 도로 맞은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그 처마 아래에서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느끼며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선 사람들과 건너편의 저 모든 사람들이 ‘나’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저 비를 보듯 저 사람들 하나하나가 비를 보고 있다. 내가 얼굴에 느끼는 습기를 저들도 감각하고 있다. 그건 수많은 일인칭들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문학을 읽고 써온 모든 시간 동안 이 경이의 순간을 되풀이해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들어가 내면을 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 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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