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극한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를 직접 찾았다. 강릉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강릉시청에서 가뭄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현재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 강릉의 저수율은 식수 공급 마지노선인 저수율 15% 선이 무너진 상태다.
김홍규 강릉시장 발언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답. ⓒ유튜브 채널 ‘춘천MBC뉴스’
이날 김홍규 강릉시장은 오봉저수지 시찰 중 이재명 대통령에게 “9월에는 비가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라는 황당한 발언을 내놔 이재명 대통령에게 실소를 안겼다. “하나님을 믿으면 안 된다”라고 질책한 이재명 대통령은 “평균적으로는 비가 오겠지만 안 올 경우 사람 목숨으로 실험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홍규 시장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급수난 해소가 시급하다”라는 보고에 “전국 단위로 요청을 해서 공동체 의식도 함양할 겸 기부 공고를 내고, 여력이 있는 지자체에는 식수 기부와 지원을 요청하라”라고 지시했다. “가능하면 생수를 지원할 땐 소형 말고 대형 병으로 해 달라고 권유해 달라”라고 전한 이재명 대통령은 “나중에 쓰레기 치울 때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생수가 답지해 129만 톤 정도 쌓였다”라는 보고에는 “129만 톤이 아니라 129만 병”이라고 단위를 정정해 주기도 했다.
오봉저수지 시찰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 ⓒ유튜브 채널 ‘KTV 이매진’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아이디어도 거론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물 부족 문제는 앞으로 계속 저수지를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라며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홍규 시장이 “얻는 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라고 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바닷물은 무한대로 있고 동해는 수질도 좋다. 담수 시설을 바다 인근에 지으면 원수를 확보할 필요가 없고 정수 시설만 필요해 비용이 더 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계산해서 보고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아랍권에서도 담수화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설치비는 장기적으로 쌀 테고, 문제는 운영 및 생산비일 것”이라며 기존 저수지 설비와 해수 담수 시설의 비용 비교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강릉만이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니 장기 대책을 다양하게 검토해서 보고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의 동문서답에 결국 직접 나선 김진태 강원도지사. ⓒ유튜브 채널 ‘춘천MBC뉴스’ / 유튜브 채널 ‘KTV 이매진’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물 공급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원수 확보 비용을 김홍규 시장에게 물었다. 연곡 저수지 확장에 1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는 김홍규 시장의 주장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수장 확장에 드는 비용이 훨씬 더 적지 않나”라며 예산 산출의 근거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만 톤의 원수를 확보해야 정수를 할 게 아닌가. 5만 톤이 그냥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원수를 확보하고 정수까지 하는 그걸 종합적으로 1천억 원이 든다는 건가”라고 물었고, 김홍규 시장은 “맞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천억 원 중 원수 확보에 드는 부분 예산이 얼마 정도인가”라고 질문하자 김홍규 시장은 “거기엔 원수 확보 비용이 없다. 오로지 정수장을”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 원수가 5만 톤이 없을 텐데”라는 이 대통령의 반문에는 “지하 저류 댐을 1만 8,000톤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1천억 원의 소요 내용이 무엇이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물음에 김 시장은 “5만 톤 용량의 정수장을 만드는 비용”이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정수장만? 그럼 원수는 어디서 오나”라고 되물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답의 향연(?)에 이재명 대통령은 “말이 이상하다”, “지금 다 못 알아듣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회의 중에는 보다 못한 김진태 지사가 직접 나서 김홍규 시장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을 맞춤형으로 설명해 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김진태 지사는 “대통령님께서는 더 필요한 3만 5,000톤에 대한 500억 원 예산에 원수 확보, 정수 확장, 두 개 다 들어가느냐, 그 세부 내용을 물어보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김홍규 시장은 “지하 저류 댐, 현대화 시설로 돼 있기 때문에”라고 말끝을 흐리며 막역한 답변을 늘어놨다.
강릉에 긴급 재난 사태 선포를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인스타그램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강릉시에 즉각적인긴급 재난 사태 선포를 지시했다. 앞서 강릉시는 공공 수영장과 분수, 일부 공중화장실 운영을 중단하는 등 물 절약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강릉의 일부 식당과 카페들은 정수기 대신 생수를 쓰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해 자발적인 물 절약 운동에 동참했다.
올해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404.2㎜로 평년(944.7㎜)의 40% 수준. 9월까지 뚜렷한 비 예보도 없는 가운데, 강릉의 물 관리 부서 직원들은 대관령에 올라 두 차례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