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매각했던 기내식 사업을 다시 인수해 내재화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 기내식 서비스를 통합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전망이다. 아시아나의 기내식이 외국기업과 맺은 악성 장기계약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이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 대한항공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지분 80%(501만343주)를 7월31일자로 한앤코에어서비스홀딩스유한회사로부터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목적은 기내식 사업 내재화를 통한 기내식 공급 안정성 확보다.
이번 공시는 애초 6월1일로 설정했던 취득예정일을 7월31일로 변경한 것이다. 대한항공 쪽은 “이번 주식매매계약상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승인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기업결합신고 승인이 마무리되면 취득예정일자는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긴급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한 바 있다. 한앤컴퍼니는 씨앤디서비스를 설립해 이 사업을 인수하고 지분 80%를 확보했다. 나머지 20%는 대한항공이 보유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2026년 3월 이사회를 열어 이 지분을 다시 가져오기로 결정했다.
◆ 박삼구표 악성계약, 기내식 사업 통합 발목잡아
이번 씨앤디서비스 지분 인수는 기내식 서비스 운영을 내재화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조원태 회장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기내식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보통 기내식은 영업이익률이 20~30%에 이르는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부각된다. 식자재 구매부터 조리, 물류에 이르기까지 통합 항공사의 기내식 생산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이 외부 공급업체와의 장기계약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통합 이후에도 기내식 사업 일원화까지는 갈 길이 멀고 그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스위스 기내식 업체 게이트그룹과 합작으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하고 2018년부터 30년간 기내식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GGK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독점 공급하고 아시아나항공은 GGK 지분 40%를 보유하게 됐다.
이 계약은 당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자금 융통을 위해 게이트그룹에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주고 그 대신 게이트그룹은 금호기업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 원어치를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5천억 원가량으로 평가받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불과 1333억 원에 매각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이 계약이 박 전 회장과 GGK가 공모한 배임이자 불공정거래라며 2022년 1월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 판단이 나오기 전인 2025년 5월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쪽은 “제반사정을 감안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소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데다 대한항공과의 통합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법적 다툼을 길게 끌고 가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나항공은 GGK와 벌인 대금 미지급 관련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기내식 판매 단가 산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GGK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GGK는 2019년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S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SICC는 2021년 아시아나항공에 420억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GGK는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5년 3월 GGK의 손을 들어주며 아시아나항공이 43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조원태, 기내식 서비스 일원화 방안 놓고 고심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무효 소송을 스스로 취하하면서 이 계약은 2048년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을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무척 어려워진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양사 통합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계약이 통합 항공사의 기내식 서비스 운영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조율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과 게이트그룹의 주주간 약정에는 계약자 중 일방에게 중대한 계약 위반, 청산, 파산, 법정관리 등 해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상대방이 보유한 GGK 지분을 강제로 사들이거나(콜옵션)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쪽의 귀책으로 중대한 계약 위반이 발생하면 게이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전량을 무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조원태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게이트그룹이 보유한 GGK 지분 60%를 인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도 해지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인 재정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내식 공급 구조를 일원화해 전사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세 번째는 기내식 ‘듀얼 벤더’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즉,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대한항공 노선은 씨앤디서비스가, 기존 아시아나항공 노선은 GGK가 계속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방법으로, 법적 리스크는 피할 수 있지만 서비스 표준화가 지연되고 통합 시너지가 반감된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당분간 두 공급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GGK를 상대로 조건 변경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기내식 공급 단가와 물량, 서비스 수준 등을 씨앤디서비스의 수준에 맞게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지분 확대나 위약금 조율을 통해 하나의 공급사로 통합해 나가는 방식이다. 다만 대한항공의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다고 평가되는 만큼, 지분 인수나 위약금 지불 방식도 배제하지 않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조원태 회장은 앞으로 기내식 사업을 씨앤디서비스 중심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내식 통합까지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계약에 대한 내부 방침이 있는지 묻는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