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엄홍길. '산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40여 년 산행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20번의 도전 끝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경험 등, 그에게는 수많은 잊지 못할 기억이 있는데. 위험천만한 산행인 만큼 좋은 기억만 남았을 리는 없다. 평생 갈지도 모르는 발목 부상에서 동료를 잃은 경험까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지난 5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산악인 엄홍길이 출연해 산행과 얽힌 기억들을 공유했다. 그중에는 "상상하기 싫은 기억"도 있었다. 2004년도에 후배 박무택이 에베레스트 하산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일이다.
조난당한 동료의 시신. ⓒTV조선
소식 듣고서.. ⓒTV조선
동료의 비보를 전해 들은 엄홍길. 그는 "시신을 저대로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 이듬해 휴먼원정대를 결성했다."
엄홍길은 2005년 3월 초모랑마(에베레스트) 휴먼원정대를 결성해 故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 박무택을 찾는 데에는 두 달이 걸렸다. 원정대는 "1년여 동안의 눈과 얼음에 얼어있던 몸을 (얼음에서) 뜯고 걷어"냈다.
마침내 다시 만난. ⓒTV조선
네가 왜.. ⓒTV조선
엄홍길은 순간 이성을 잃었다. 그는 "그 순간이 얼마나 복받쳤는지 막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고인을 껴안았다. '네가 왜, 어떻게 여기 있냐'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원정대는 100kg은 족히 나가는 시신에 줄을 묶어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날씨가 변하기 시작했다. 맑고 쾌청하던 하늘에 갑자기 눈보라가 쳤다.
심상치 않은 날씨 변화. ⓒTV조선
여기까지. ⓒTV조선
"큰일 났다. 더 이상 욕심부리면 안 되겠다. 여기까지인 것 같다" 엄홍길은 생각했다. 급작스러운 날씨 변화는 마치 "에베레스트 신이 '내가 너의 뜻이 가상해서 여기까지는 허락해주지만, 이 이상은 무리해서 가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았다.
마침 원정대가 멈춘 위치는 "능선이 아주 양지바르고 좋은 지점이었다." 원정대는 그곳에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시신을 안장하고 하산했다.
영화 '히말라야'. ⓒCJ엔터테인먼트
한편 2015년 12월에는 위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 영화 '히말라야'가 개봉했다. 엄홍길 대장 역은 황정민, 박무택 대원 역은 정우가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