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예고한 대로 21일 총파업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법적으로 쟁의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20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이 끝내 결렬됐다. ⓒ연합뉴스
20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으로 양측의 마지막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로 마무리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3일에 이어 18일부터 이날까지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두 번째 사후조정을 통해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부에도 상당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포기하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업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조정 또는 노조와 직접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의 중재에도 사후조정 결렬된 데는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전날 오후 10시쯤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거부의사를 내놨다"며 "이에 중노위원장이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기 직전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거부의사를 철회하고 시간을 요청해 이날까지 (사후조정이) 연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날 오전 11시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중노위의 진행에 따라 사후조정이 종료됐다"며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시 한번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음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다음날로 예정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도 쟁의 기간 타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삼성전자 노사가 자체적으로 합의에 실패한 만큼 정부가 직접 개입해 총파업을 막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그동안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명시된 고용부 장관의 권한이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클 때, 또 성질이 특별해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존재할 때 30일 동안 파업을 중지시키는 조정절차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용부 장관은 미리 중노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을 결정하면 동시에 중노위와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중노위는 긴급결정 통고를 받은 즉시 지체없이 조정을 개시해야 한다.
다만 역사상 발동된 사례가 네 차례에 그치고 정부까지 갈등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실제 긴급조정권이 발동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였다. 긴급조정권은 정부가 헌법상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만큼 실제 발동되면 노정 갈등으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