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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투자 입지를 선정하면서 수도권을 선호한다. 그러면서 꼭 드는 이유가 ‘인재 확보’다. 즉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고 인력 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수도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삼성과 SK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용인을 고집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도 인재 확보다. 반도체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인력과 공장에서 일할 청년층이 수도권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허프 생각] 인재가 수도권 선호해 수도권에 투자한다는 ‘인재 확보론’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이 악순환 끊어내는 기회 돼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조감도 ⓒ 용인일반산업단지

하지만 ‘인재확보론’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기업의 투자, 인력 등 모든 자원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악순환을 직시하고 이를 끊어내야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현실에 순응하는 논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과 비슷한데, 기업들은 인재가 수도권을 원해서 수도권에 투자한다고 하고,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다 몰려 있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는 대부분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이로 인해 지역의 인재들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지역의 인재풀은 고갈되고, 기업이 지역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다시 수도권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교육, 의료, 문화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인프라도 모두 수도권에 모여들었다. 수도권과 지역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수도권에 사는 것은 이미 ‘기득권화’됐다. 그리고 사람이든 기업이든 막론하고 ‘수도권 프리미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관성과 욕망이 지배하는 나라가 됐다. 

특히 이제는 인재확보론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과거에는 수도권 프리미엄을 놓지 않으려는 욕망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실제로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공계 개발자와 엔지니어들이 수도권의 네트워크를 버리고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을 매우 꺼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하려는 삼성과 SK와 역시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 같은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첨단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수도권 일극 체제를 고착화하면서 지역소멸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 전력·물 부족 문제 지적 반복되는 용인 반도체 산단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용인 산단에 들어설 예정인 삼성과 SK 반도체 공장의 일부를 지역에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은 명분과 현실적 문제를 모두 근거로 하고 있다. 명분은 ‘국토균형발전’이고 현실적인 문제는 ‘전력’과 ‘용수’의 부족이다. 

최근 대전에서 전국 환경단체 주최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용인 반도체 산단 골든 트라이앵글 전략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RE100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활용, 송전선로 건설 관련 갈등과 비용, 한강 수계의 물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도체 공장을 호남과 영남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발표에서 “현재 (용인 산단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1단계 상태에서 SK하이닉스가 일반산단에 짓고 있는 공장 하나뿐이고, 나머지 9개 팹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용인에 짓고 있는 것을 옮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계획을 국가균형발전과 전력·용수 문제를 고려해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돼 전력과 물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된다는 것 자체가 수도권의 산업 기반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이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더욱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 기업 투자와 인재의 흐름 지역으로 바꿔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은 수도권에 몰린 역량을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더이상 수도권 집중과 지역 공동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국민에게 던져줄 수 있다. 

기업들이 인재확보론을 반복해서 거론하면서 그로 인한 악순환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즉 인재들에게 좋은 정주여건을 과감히 제공하면서 지역에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 없이 손쉬운 선택을 반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기업과 인재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일부를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기업들과 함께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지역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과 교육 생태계, 정주여건 구축을 위한 투자를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토균형발전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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