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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밤이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걸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낮 동안에는 업무와 학습, 취미 활동 등에 주의력이 쏠려 통증에 다소 둔감하다 밤에 휴식을 취하게 되면서 몸이 통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보지만 통증이 밤에 심해지는 구체적인 인체 메카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프랑스 리옹신경과학연구센터 연구진이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에서 그 통증의 메카니즘을 찾아냈다. 생체리듬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생체 내의 일련의 생리활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이 원리를 규명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수면과 체온, 혈압, 호르몬 생산, 심장 박동, 인지능력 등 많은 신체 기능이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가진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된다”며 “이제 생체시계 조절 목록에 통증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통증의 생체리듬 어떻게 알아냈나

통증도 하루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픽사베이
통증도 하루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픽사베이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건강한 20대 성인 남자 12명을 모집해 34시간 통증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의 팔뚝에 통증 민감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부착했다. 이어 이들이 통증을 느낄 때까지 기기 온도를 32도에서부터 시작해 1도씩 올리는 실험을 2시간 간격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감각을 느낄 때(검출 역치)와 통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통증 역치) 버튼을 누르도록 한 결과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기기가 46도에 도달하기 전에 통증을 자각했다. 참가자들은 또 42도, 44도, 46도에서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점수(1~10점)로 매겼다. 측정치를 종합한 결과 참가자들의 통증 민감도는 새벽 3~4시에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오후 3~4시에 가장 낮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드는 남성의 생체리듬 사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드는 남성의 생체리듬 사례.

사실 외부 환경이나 신체 활동의 영향을 배제하고 오로지 인체 내부의 생체시계가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연구진은 정확한 생체리듬 측정을 위해 외부와 최대한 격리된 환경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실험방에서 시계, 텔레비전, 스마트폰, 인터넷 등 외부와 교류할 수 있는 기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또 실험방의 햇빛을 차단하고 조명(0.5룩스), 온도(23도)를 고정시키는 동시에 참가자들에게는 최소한 24시간 동안 어두운 방에서 반쯤 누운 자세(45도)로 있도록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잠을 자서도 안되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서거나 방을 나가서도 안됐다. 음식은 1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같은 열량을 물과 함께 제공했다. 이런 행동 제약 조건을 준수하는 것을 전제로 읽기, 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듣기는 허용했다.

 

수면 부족은 20% 영향력에 그쳐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통증 악화를 부른다는 기존 연구의 타당성도 검토했다.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체내에서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성 물질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번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실험 기간 중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수면 부족과 통증 악화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통증 민감도는 생체리듬과는 상관없이 시간 흐르면서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추론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멜라토닌 수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통증의 80%는 24시간 생체리듬이 좌우하며 수면 요인은 20%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루 생체리듬이 통증 민감도의 주역이며, 수면은 보조역 정도라는 얘기다.

연구진은 새벽에 통증 민감도가 높은 것은 잠자는 도중 외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협을 빨리 간파하려는 진화적 기제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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