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모두 차지하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센터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빅테크 기업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AI 인프라 개발 속도가 늦어져 업계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전부터 데이터 센터 반대 여론을 의식해 지역 상생책 등을 내놓았지만, 부정적 여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여론을 바꾸기 위해 여러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지만,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한편 민주당 당선인들은 데이터 센터와 AI 기업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며, 데이터 센터에 제공되는 지원금과 세금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관련 비용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의 데이터 센터 여럿이 2026년 9월5일 조지아주에서 가동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6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투자자들은 빅테크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 지수, S&P500 지수가 모두 급락하며 2025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미국 민주당의 압승에 AI 관련 기업 주가 폭락
5일(현지시각)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종가 기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52% 급락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지수도 종가 기준 3.44% 하락했으며, S&P500은 종가 기준 4.36% 떨어졌다.
트레이더들이 2026년 11월5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UPI통신=연합뉴스
AI 관련 기술주들이 급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엔비디아는 최대 9%까지 하락했고, AMD와 마이크론 등 반도체 관련주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0개 구성 종목이 모두 하락하며 최대 12%까지 떨어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차지하면서 AI 업계와 데이터 센터 등 필수 인프라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5일 "중간선거 이후 AI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 같은 우려가 커지면서, 기술 기업들의 과도한 지출과 부채 증가에 관한 불안감이 더 증폭됐다"며 "일부 분석가들은 민주당이 데이터 센터의 주요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주들의 주지사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AI 구축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메타, 아마존, 스페이스X 등 빅테크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막대한 AI 투자 계획을 내놓자 투자자들은 언제 막대한 투자에 걸맞는 수익이 나올지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투자자들의 불안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 기업 심코프의 멜리사 브라운 투자의사 결정 연구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5일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새로 선출된 일부 국회의원과 주지사들이 AI 인프라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책임자는 이어 "AI 개발을 완전히 중단시키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속도 저하는 (투자자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AI 성장은 상당 부분 지원 인프라의 빠른 구축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빅테크들, 데이터 센터 반대 여론 뒤집으려 했으나 역부족
미국에서는 데이터 센터 반대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기술 기업들이 AI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데이터 센터가 필수다. 이에 중간선거가 끝나자 AI 및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오픈AI는 5일 향후 부지 선정 협상이나 논의 과정에서 공무원과 비밀 유지 협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에게는 건설 계획과 교통, 소음, 조명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AI 및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 센터에 대한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픈AI 관계자는 1일 미국 언론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앞으로 '데이터 센터'라는 단어 대신 더 친근한 '컴퓨팅 캠퍼스'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글은 10월21일, 데이터 센터가 있는 지역의 주민을 위한 교육·직업훈련 등 프로그램 투자를 2027년 말까지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새로 짓는 모든 데이터 센터 건물과 토지 관련 재산세를 감면 혜택 없이 전부 내겠다고도 했다.
아마존도 10월2일 '아마존 데이터 센터 약속'을 발표하고 백업 디젤 발전기의 환경 등급을 개선하는 한편,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및 용수 사용량을 더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게 비밀 유지 협약 체결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또한 메타와 함께 향후 몇 년 동안 지역 사회에 각각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월13일 5개 항으로 구성된 '지역 사회 우선 AI 인프라' 계획을 발표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 센터 세금 감면 혜택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 악시오스가 5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0개 주에서 새로운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제한·유예·전면금지 안건 44건이 투표에 부쳐졌는데, 이 가운데 43개가 데이터 센터 제한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통과됐다. 43건 가운데 찬성표 득표율은 평균 75%로 표차는 매우 컸다.
데이터 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표지판이 2026년 11월3일 미국 캔자스주 레번워스 카운티의 한 들판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기업들이 실제로 지역 사회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는지도 의문이다. 10월9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발표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코어위브, 디지털리얼리티, 에퀴닉스 등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관련 비용을 제대로 분담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 상원의원들은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 자체가 없었다면 필요하지 않았을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인과관계'에 따른 비용 분담 기준에는 반대했다"며 "오로지 자신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인프라 비용은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유 인프라에 대한 비용 부담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와 장비에 대한 판매세 면제를 추진하면서도, 지역 사회에 지속적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증거는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원의원들은 "(이러한 업계의 형태가) 지역 사회를 파괴하고 부담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번에 당선된 많은 민주당 후보가 공통으로 기업들에게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부담하고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센터 붐으로 인한 전력망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며, 세금 감면 혜택 폐지와 환경 및 노동 조치 보장을 내세웠다.
악시오스는 "(이런 규제가 현실화하면) 데이터 센터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