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제기한 '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사과했지만, 오히려 당내 논쟁이 커지고 있다.
사과를 통해 당내 갈등이 가라않기는커녕 친정청래(친청)계의 비판이 고조되면서 리더십의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그를 공개적으로 지원해 온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0월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5일 오전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티07'에 출연해 신천지 의혹 조사 결과를 둘러싼 당내 반발과 관련해 "반발이라는 것은 어떤 측면이든 다 존재할 것이고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책임의 문제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해 갈 수 있다고 본다.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김 대표의 낙관적 언급과 달리, 친청계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오히려 본격화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는 가해자의 의무다.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다"며 "비공개 사과를 구국의 결단처럼 영웅시 하는 쉴드치기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대표가 3일 국회에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의총)에서 '3자 비밀연합'의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친석(친김민석)계는 그의 사과를 '통 큰 결단'으로 평가하면서 친청계를 공격하고 있다.
이에 친청계의 한민수 최고위원는 4일 김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롱과 모욕을 견뎌온 당원과 지지자들의 상처가 어찌 비공개 의총 사과 한 번으로 아물겠나"라며 공개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도 '책임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친청계의 공개 사과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관심은 김 대표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해 온 청와대로도 향하고 있다. 평소 엑스(X, 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해 온 이 대통령이 이날까지 당내 분란을 두고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옳지 않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통령은 과거 당내 문제에 대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왔다. 당무 개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이를테면 이 대통령은 올해 7월19일 민주당 전당대회 청년 후보자들의 기탁금 인상 문제를 지적했다.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에는 엑스를 통해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선거 관련 업무가 아닌 일상적 정당활동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법률과 민주당 당헌당규에 의하여 당원으로서 참여할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 표현도 법률이나 당헌·당규가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의 자율성을 존중해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6·3 지방선거에서도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호평한 후보들이 이른바 '명픽(이재명이 선택한 인물)'으로 거론되면서 공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6월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맞아 당내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친청계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현재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김 대표가 이 대통령의 지원을 받으며 입지를 다져온 대표적 명픽 인사라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 대표는 그보다 앞선 2024년 최고위원 경선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지지세를 확장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2024년 7월20일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재명'
실제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후보였던 2024년 7월 인천 지역 경선을 마친 뒤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와 함께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서 김 후보의 저조한 득표율을 두고 "(김민석 의원)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김민석 후보가 막판 선두로 올라섰는데, 곧장 '명심'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명픽 인사들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은 다름 아닌 이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였다. 대통령과의 가까운 거리가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했던 만큼, 이들의 성과와 책임 역시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도 김 대표가 맞이한 리더십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재의 당내 갈등이 차기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여권의 선거 준비와 지지층 결집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 문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의 신뢰를 앞세워 당권을 잡은 김 대표가 정작 내년 총선 준비에서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김 대표의 저조한 성적표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도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