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5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규 사장의 부회장 승진 등을 담은 2027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는 2027년 1월1일자로 시행된다.
이번 인사에서 LS그룹이 LS전선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 확인됐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한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사장·부사장 승진자가 모두 LS전선에서 나온 것이다.
전선업계에서는 고위 임원 승진자가 모두 LS전선에서 나온 데에 LS전선이 그룹 전반의 매출과 실적을 이끈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LS그룹은 구 부회장이 2022년부터 LS전선 CEO를 맡아 LS전선과 가온전선·LS에코에너지·LS마린솔루션 등 주요 자회사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사업구조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역대 최대 실적과 수주 성과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해저케이블 사업을 맡은 임원도 승진했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 부사장은 글로벌 수주 확대와 해저케이블 사업 성장을 견인한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에너지경영총괄과 함께 안전경영총괄도 맡는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시공까지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회사 LS그린링크를 통해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 HVDC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6억8100만 달러(약 1조 원)가 투자된 이 시설은 완공 시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이 된다. 2027년 하반기 완공과 2028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5년 7월 강원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 내 해저 5동을 준공하면서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보다 4배 이상 늘렸다.
LS마린솔루션을 통해서는 1만3천 톤의 케이블을 운송·포설할 수 있는 신규 포설선을 건조하고 있다. LS전선이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면 LS마린솔루션이 포설과 시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포설선은 HVDC 해저케이블과 광케이블을 동시에 포설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할 예정이며, 2028년 상반기 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LS마린솔루션은 보유한 포설선 GL2030의 케이블 적재 용량을 2026년 7월 기존 4천 톤에서 7천 톤으로 늘리는 개조도 마쳤다.
이런 가운데 대한전선 역시 최근 수장을 교체하고 HVDC 해저케이블 생산시설 구축과 시공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전선은 10월21일 김준석 경영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2021년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다. 2023년부터 대한전선 경영부문장과 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치며 사업 구조 재편과 투자 확대를 추진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HVDC와 해저케이블 등 차세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에 약 1조 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공장은 최대 640킬로볼트(kV)급 HVDC 해저케이블, 400kV급 초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다. 2027년 가동이 목표다.
해저케이블 시공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추가로 확보하고, 전문 시공 자회사 대한오션웍스를 통해 케이블 생산부터 운송, 포설, 시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두 기업이 맞붙게 될 격전지는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다.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는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으로 수송하는 4개의 HVDC 해저케이블 송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11~12조 원가량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며 전북 군산 새만금과 경기 서화성을 잇는 첫 번째 구간은 2030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전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공사 발주 시기는 2027년 1분기다.
변수는 두 기업의 기술 유출 분쟁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5월 대한전선 임원과 실무자 등 4명, 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관계자 2명 등 13명과 3개 법인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한전선이 2022~2023년 당진 해저케이블 1공장을 설계하면서 LS전선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해 반영했다는 혐의다.
대한전선은 기술 유출 분쟁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법적 결과가 나온 사안도 아닐뿐더러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활용되는 곳은 분쟁이 있는 당진 1공장이 아닌 당진 2공장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전선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대한전선이 유출 논란이 있는 기술을 2공장 구축에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아직 HVDC 해저케이블 양산 능력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두 기업 모두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시장을 LS전선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LS전선은 이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반면, 대한전선은 국가적으로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LS전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HVDC 해저·지중 케이블 상용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전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독점 시장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국가적 측면에서 결코 좋은 건 아니다"라며 "대한전선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시장에) 경쟁 체제가 생겼다는 것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HVDC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어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에도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