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에 퇴근해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다. 25개월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정아무개(39)씨는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했다. 직장에서 집까지, 환승을 다섯 차례나 하며 출퇴근에만 왕복 세 시간을 썼다.
맞벌이하는 부부의 육아는 결코 쉽지 않다. ⓒAI 합성 이미지
정씨는 "단축근로를 하다 보니 거의 혼자 일했고,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니 하루하루가 바빴다. 그럼에도 정씨는 "그래도 좋았다. 내 손으로 직접 아이 하원을 시킬 수 있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라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고 덧붙였다.
5일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한 '맞벌이가 불가능한 현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에도 비슷한 사정을 담은 댓글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봐줄 조부모, 어린이집 등하원 등을 대신해줄 도우미,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장 등이다.
맞벌이는 이미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보편적인 삶에 가까워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6월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60.4%로 전년보다 1.9%포인트 올랐다. 다만 맞벌이 가구 수는 228만7천 가구로 1만7천 가구 줄었다.
조부모 도움이 필요하지만, '황혼육아' 부담에 마음이 무겁다
할머니가 손녀딸을 돌보는 '황혼 육아'. ⓒAI 이미지
첫 번째는 조부모의 도움이다.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가족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맞벌이 부부에게 큰 힘이 된다. 부모가 멀리 살거나 여전히 경제활동을 한다면 정기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렵다.
가족이 함께 사는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3세대 이상 함께 거주하는 가구 비중은 1970년 23.2%에서 2024년 2.7%로 줄었다. 한집에서 조부모와 살거나 친척과 이웃의 손을 빌리던 양육 환경과는 거리가 생겼다.
따로 살면서 도움을 받더라도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야 할 부모에게 다시 아이를 맡긴다는 미안함이 따라온다. 가족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돌봄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은 여전히 가족 안에서 구하는 셈이다.
'외부 도우미'를 찾지만, 아이의 시간과 비용 부담이 남는다
등하원 도우미 선생님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모습. ⓒAI 합성 이미지
조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면 외부 돌봄이 필요하다. 28개월 남매를 키우는 이아무개(42)씨에게 어린이집 등하원 도우미는 일을 계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씨는 "쌍둥이이기도 하고 등하원 선생님이 없으면 일하기가 아예 불가능하다"며 "양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부모의 출퇴근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부부 모두 출퇴근 시간이 고정돼 있거나 불규칙하다면 어린이집 운영 시간에 맞춰 출퇴근해야 한다. 어린이집의 연장 보육이 그 틈을 일부 메워주지만 부모가 직접 아이와 보낼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시간표는 좀처럼 맞물리지 않는다. 저학년은 이른 오후에 수업을 마치는 날이 많다. 아이는 하교했는데 부모의 노동은 한창이다. 정부가 돌봄·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이용 여건이 다르고, 외부 돌봄을 더 구하려면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노동시간 조정이 필요하지만, 직장에서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를 받은 어머니의 모습. ⓒAI 합성 이미지.
세 번째 조건은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이가 갑자기 다치거나, 독감이나 수족구 등 전염병으로 며칠씩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면 부모 중 한 명이 휴가를 내거나 대신 돌봐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이런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8월20일부터 '단기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는 자녀의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 감염병에 따른 격리·등원·등교 중지, 소속 기관의 휴업·휴원·휴교·방학 등의 사유가 생기면 자녀별로 연 1회, 1주 또는 2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긴급한 사유가 있으면 당일 신청도 가능하다. 사용 기간은 기존 육아휴직 기간에서 차감되며, 고용보험 피보험단위기간 합산 180일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기간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도 받을 수 있다.
하루 이틀씩 나눠 쓸 수는 없고, 일반적인 발열이나 짧게 반복되는 병치레가 모두 사용 사유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제도가 생겨도 일상에서 갑자기 생기는 돌봄 공백은 남는다.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부부의 모습. ⓒAI 합성 이미지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아이에게 부모가 필요한 순간 일을 멈추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23개월 아이를 키우며 복직을 앞둔 정아무개(34)씨도 근무시간 때문에 일터로 돌아가기를 망설이고 있다.
정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울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며 "프리랜서도 불안정하고 쉽지 않겠지만 그나마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쪽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돌봄서비스와 육아휴직을 늘리는 데 더해, 부모가 눈치 보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이를 더 오래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