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025년 1월9일 국회에서 인사권 남용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답변이다. 강 회장이 취임 뒤 처음 맞은 연말 인사에서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취임하고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후보로 내정된 직후였다.
당시 선임된 이찬우 회장과 강태영 행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2월2일, 올해 12월31일까지다. 그리고 강호동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단임제)까지다.
강 회장의 임기 종료일은 두 사람의 임기 종료일보다 약 1년 뒤다. 당초 두 사람이 강 회장 체제 아래에서 첫 연임 심사를 받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연임 심사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강 회장 본인이 구속 기로에 선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3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신청했고, 강 회장은 5일 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을 위해 공소청에 출석했다.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10월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금융지주의 출범 이후 농협의 금융계열사 CEO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농협중앙회장의 구속 영장을 신청하면서, 이찬우 회장과 강태영 행장의 연임 심사에도 상당한 변수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찬우·강태영 나란히 실적 늘렸지만, 연임 앞두고 중앙회장 거취가 변수로
이 회장과 강 행장이 연임 심사를 앞두고 받아든 실적 측면의 성적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 2조5278억 원을 거뒀다. 아홉 달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5112억 원을 넘어섰다. 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순이익 1조7523억 원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늘렸다.
물론 금융회사 CEO의 연임은 실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농협금융에는 다른 금융지주와 구별되는 변수가 있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와의 관계다.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다. 이런 특수 관계 때문에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경찰이 강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농협금융지주와 그 계열사들의 CEO 인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강호동 임기 첫날엔 NH투자증권 인선 논란, 첫 연말엔 임기 남은 금융사 대표까지 교체
강 회장 역시 취임 무렵부터 금융 계열사 인사를 둘러싼 논란의 당사자였다. 강 회장은 임기 시작 직후부터 농협금융지주와 금융 계열사 CEO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중앙회와 금융지주 사이에서 쟁점이 된 자리는 NH투자증권 사장이었다.
강 회장이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농협중앙회 출신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이석준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이 회장은 증권사 경영 경험이 없는 농협중앙회 출신 인사보다는 자본시장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을 놓고 중앙회장과 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3월7일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 등을 계기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이튿날에는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도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3월7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시작한 데 이어 8일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농협중앙회의 금융 계열사 인사 개입을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결국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는 유찬형 전 부회장이 아닌 내부 출신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에게 돌아갔다.
강 회장 취임 뒤 첫 연말 인사에서는 상당한 폭의 인사 교체가 이뤄졌다.
2024년 12월 농협금융지주가 대표 후보를 추천한 자회사 6곳 가운데 현직 대표를 다시 추천한 곳은 NH벤처투자 한 곳뿐이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각각 2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지만, 농협손해보험과 NH저축은행에서는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대표까지 교체됐다.
그리고 같은 달 20일, 강태영 당시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일주일 뒤인 27일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차기 지주 회장 후보로 내정됐다.
◆ 출범 이듬해부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는 인사를 놓고 갈등했다, 중앙회장과 갈등 밝히고 물러난 신동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사이의 인사와 관련된 갈등은 강호동 회장 시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3월 중앙회에서 금융사업을 떼어내 출범했다. 신충식 초대 회장은 농협은행장을 겸직하다 석 달 만에 지주 회장직을 내려놓고 농협은행장으로 남았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 계열사 경영에 어느 정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시작됐다.
신충식 회장의 뒤를 이은 신동규 회장은 1년1개월 정도 임기가 남아있던 2013년 5월 사의를 밝힌 뒤 국내 한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금융 계열사 경영을 놓고 사사건건 갈등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규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금융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인데 정작 계열사 대표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은 농협중앙회장에게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 세 번째 임기 두 달 만에 물러난 이대훈 은행장, 이듬달 김광수 지주 회장은 연임
물론 농협중앙회장이 바뀐 뒤 연임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있다. 4대 김용환 회장과 5대 김광수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용환 전 회장은 3대 임종룡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취임했다. 김용환 전 회장은 중앙회장으로 김병원 전 회장이 재임하고 있던 2017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래 처음으로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김광수 전 회장은 김용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018년 4월 취임했다. 김광수 전 회장은 2020년 1월 선출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아래에서 진행된 인사를 통해 2020년 4월 연임에 성공했다.
재미있는 점은 김광수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한 달 전, 농협은행에서는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은 지금까지 농협은행에서 연임 기록이 있는 유일한 행장이다. 이 전 행장은 재임 중 농협은행 순이익을 1조 원대로 끌어올렸으며, 2019년 12월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해 이듬해 1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달 말, 이성희 중앙회장이 선출됐고 이 행장은 3월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성과를 인정받아 새로 받은 1년 임기 가운데 열 달가량이 남아 있었던 터라, 새 중앙회장이 선출된 이후 CEO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대훈 전 행장은 이성희 중앙회장의 전임자였던 김병원 중앙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이대훈 전 행장의 뒤를 이은 손병환 행장은 취임 9개월 뒤 지주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으며, 2021년부터 지주 회장직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