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인정하고 공개 사과까지 한 가운데,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열람이 내홍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특히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들이 자료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이번 사태 전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최민희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날 금요일부터 오는 13일 금요일까지 1주일 동안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을 대상으로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의 신천지 당원 가입 및 3자 비밀연합 관련 조사 결과를 열람하도록 했다. 열람은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에서 진행되며 조사 자료를 별도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열람을 신청한 인사들이 직접 방문해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는 김민석 대표가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했던 '3자 비밀연합' 의혹과 관련해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초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당원정비TF의 조사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었지만, 김 대표의 사과 이후 보고를 취소하고 개별 열람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사 결과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사 결과에서 실제 신천지 교인의 당원 가입 정황이 어느 정도 확인됐는지, 당원 가입 문제와 이른바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 사이에 연관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친청계인 최민희, 한민수 최고위원과 이지은 서울 마포갑 지역위원장 등이 곧바로 조사 결과 열람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3자 비밀연합 주장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친청계의 반발이 사르라들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종교의 정치개입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경고해온 과정에서 상처입은 모든 분들과 당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당의 자정능력과 제도개선을 통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고 당의 화합과 민생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민희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당내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친석(친김민석)계 의원들의 일방적 비판과 언론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와 별도의 만남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비공개 의총 사과 이후 (친석계) 의원들이 글을 올리셨는데 지지자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제가 바라는 그림은 김 대표와 정 전 대표께서 만나 이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신 뒤 당원들 앞에서 설명하시고, 두 분이 같이 진심으로 위로하고 사과하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최고위원은 이어 "사과라는 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풀려야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며 "정 전 대표는 잘못하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의원들이 방송을 통해 '좁쌀 정치'를 운운하시는 건 경우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성윤 최고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몇몇 의원들이 대표가 당을 위해 결단했고, 신천지 의혹은 여전히 있지만 대표가 마치 구국의 결단을 한 것처럼 의혹의 본질을 왜곡한다"며 "가뜩이나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관심은 조사 결과를 확인한 친청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친청계 인사들이 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자료 공개 요구나 책임론을 이어갈 경우 당내 갈등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혹의 실체와 한계를 확인하고 지도부의 사과 및 후속 조치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여지도 있다.
조사 결과를 둘러싼 정보 공개의 범위도 변수다. 개별 열람만 허용하고 자료를 외부로 제공하지 않는 만큼 열람에 참여한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의 해석과 평가가 엇갈릴 경우 오히려 추가적인 진실 공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자료의 전면 공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친청계는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이 열람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당원들께도 알 권리를 보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TF 조사 결과 데이터 출처와 (신천지) 입당 시기, 조직적 가입 여부를 있는 그대로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최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는 온도차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 사이에선 당내 갈등을 멈추고 민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의혹을 이쯤에서 덮고 가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인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김 대표를 지지하는 '뉴 이재명' 성향의 인사들도 이번 논란을 명확히 털고 가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 이재명 지지층을 대변하는 강수영 변호사는 지난 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당원 정비를 하지 않은 채 그냥 우리가 자정하고 끊자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얘기가 돼버릴 수 있다"며 "결국 의원들한테 (조사 결과를) 오픈 한다는 건 수사까지 가는 빌드업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민수 페이스북
친청계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오후 7시 유튜브 채널 '2분 뉴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한 의원은 조사 결과 열람을 신청한 만큼 직접 확인한 내용을 방송에서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2분 뉴스'는 팀정청래 지지를 표명했던 전통적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하는 채널로 꼽힌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조사 결과를 열람한 의원들이 사태를 더 키우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번 사태를 사법적으로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 민주당에 좋을 것이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하는 모양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어떤 분들은 사법적으로 해결하자고 하시는 분들까지 존재하는데 정치적인 해결이 좀 우선돼야 된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원내대표라든지 누군가 좀 나서서 대화를 좀 하면서 정치적인 어떤 모색들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런 걸 해결 못 해서야 집권여당의 리더십이 되겠느냐"며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 전 대표가 빨리 만나 사과할 건 사과하고, 받아들일 건 통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