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사형수 548명 전원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감형이 최종 승인되면 미국 최대 규모인 캘리포니아 사형수 수용시설이 사실상 텅 비게 되며, 미국 전체 사형수의 약 30%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2026년 10월2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과학센터에서 열린 새뮤얼 오신 항공우주센터 언론 사전 공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이날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국가가 승인한 살인은 캘리포니아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고,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며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떨어뜨린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이 조치를 취한다”며 사형수 사면 계획을 발표했다.
수개월간 대규모 감형을 고심해 온 그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주도권을 확보한 직후 결단을 내렸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뉴섬 주지사는 2028년 대선 출마도 검토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형제에 반대해 온 뉴섬 주지사는 2019년 취임 첫해 사형 집행 유예를 선언하고 샌쿠엔틴 주립교도소의 사형 집행실을 폐쇄했다. 독극물 주사형 집행 절차도 폐지했으며, 사형수들을 일반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감형이 법원의 승인을 받으면 캘리포니아 역사상 사형제 폐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주지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감형 대상은 남성 529명과 여성 19명 등 모두 548명이다. 캘리포니아주 헌법은 중범죄로 두 차례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사면하거나 감형할 때 주 대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대상자의 약 70%인 382명은 대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형제 정보센터는 이번 조치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감형이라고 평가했다. 감형이 모두 승인되면 미국 전체 사형수는 약 30% 줄어들 것이라고 센터는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서한에서 사형제도가 공정하게 적용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공정하게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고한 사람들의 유죄 판결을 초래한 사형제도를 '실패한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주정부가 승인한 살인은 캘리포니아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범죄 피해자 유족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1993년 납치·살해된 12세 폴리 클라스의 유족인 애니 니콜은 사형제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폴리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지 않지만, 사형제도가 잘못됐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피해자 유족과 지방검사장들은 감형이 피해자들의 정의를 빼앗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의 댄 다우 지방검사장은 뉴섬 주지사가 피해자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감형을 추진했다며 "퇴임을 앞둔 주지사 한 명이 펜 한 자루로 배심원과 유권자들의 결정을 지우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