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이란 전쟁과 경제정책은 물론 대통령 일가의 부패 의혹까지 의회의 본격적 검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가 단순한 의회 권력교체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미국 정치의 '정상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상원의원 후보가 11월3일(현지시각)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4일 로이터와 AP통신, CBS방송 등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3일(현지시각)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NBC방송은 4일 오후 3시20분(한국시간 기준) 민주당이 하원 전체 435석 가운데 244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선거예측기관 폴링포캐스트는 상원 100석 가운데 민주당이 5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캔자스에서는 1932년 이후 94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가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하원에서도 공화당 의석을 잇달아 빼앗으며 다수당 탈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를 상대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약 70%는 의회가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권자의 약 4분의 3은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2026년 2월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경제 회복과 생활비 부담 완화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공화당의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드러나자 민주당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는 3일(현지시각) CB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국가를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이 출마했다면 공화당이 승리했을 것이라며 패배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상원 승리 소식에 기뻐하는 지지자들. ⓒ AFP통신=연합뉴스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가장 먼저 주목받는 분야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조사와 감독이다.
AP통신은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과 대통령의 사업상 이해관계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일가의 사업과 정부 정책 사이에 이해충돌이 있었는지, 공적 권한이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이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일가는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모펀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받은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 투자 등을 둘러싸고 이해충돌 의혹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여한 투자회사와 정부 정책 사이의 이해관계도 들여다볼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들과 관련된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란 전쟁의 지속 여부와 군사작전 예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재정 지원 확대도 추진할 수 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연구실장은 11월3일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미국 의회가 전쟁 문제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전쟁확대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요컨대 이번 민주당의 압승은 미국 정치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정치의 변화는 글로벌 정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