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는 비싸고 농가에는 수익이 남지 않는 한우 산업의 난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한우의 날'이 법정기념이 되면서 정부가 대규모 할인행사에 나섰지만, 한우 비육 농가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협정관세율까지 0%가 된 가운데, 한우 산업은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추면서 농가의 수익성도 개선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시민들이 10월29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열린 한우의 날 기념 할인 행사에서 소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가데이터처의 축산물생산비 조사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한우 정책 등을 종합하면, 한우의 판매 가격이 올라도 생산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소비 촉진에 나선 가운데, 한우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은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한우산업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법정 한우의 날이다. 한우의 날은 전국한우협회가 2008년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정한 민간 기념일에서 출발했다.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가 법정기념일로 격상된 것이다.
그러나 한우 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5월 발표한 '2025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평균 순손실은 99만9천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손실 규모가 38.1% 감소했지만, 2022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송아지를 생산하는 한우 번식우 역시 한 마리당 평균 86만1천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생산비 부담도 여전하다. 지난해 한우 비육우의 생체 100㎏당 생산비는 128만9천 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비육용 배합 사료 가격은 하락했지만, 송아지 가격 상승 등이 생산비를 끌어올렸다. 한우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가의 손실 폭은 줄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한우의 날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소(牛)프라이즈 대한민국 한우세일'을 실시한다. 1등급 한우의 판매가격은 100g 기준 등심 8430원, 양지 4430원, 불고기·국거리류 3360원 이하로, 10월 중순 소비자가격보다 약 30~33% 저렴하다.
문제는 한시적 할인행사만으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과 농가가 안정적 소득을 얻는 것은 서로 별개이다. 특히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의 협정관세율이 0%가 되면서 한우 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도 중요해졌다.
일본의 '우시마루킨' 제도
해외에서도 농가의 경영 안정은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일본은 소고기 판매가격이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우시마루킨(牛マルキン)'으로 불리는 육용우 비육경영안정교부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이 제도는 소를 키우는 데 드는 표준 생산비보다 표준 판매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비에서 판매가격을 뺀 금액의 90%를 농가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금은 정부가 75%, 생산자가 적립한 자금에서 나머지 25%를 부담한다. 다만 개별 농가의 실제 손실 금액이 아니라 매월 산정하는 표준 생산비와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지원금이 결정된다.
국내 한우 농가에서 키우는 한우. ⓒ연합뉴스
농가의 손실을 줄이는 또 다른 과제는 생산비 자체를 낮추는 일이다. 국내 한우는 높은 육질 등급을 얻기 위해 통상 30개월 이상 사육해 왔다. 그러나 사육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료비와 관리비 부담도 커진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급육을 생산하려다 정작 사육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가 사육 기간 단축에 나선 것도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육 기간을 28개월 이하로 줄인 '단기비육 한우'의 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일부 유통매장에서 일반 한우보다 약 20~43% 저렴한 가격에 단기비육 한우를 판매했다.
당시 정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기존 육질 등급과 별도로 '엄선·실속·알뜰'이라는 표시 방식도 선보였다. 높은 등급의 한우만을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한우를 판매하려는 시도다.
이처럼 한국이 사육 비용 절감과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호주는 소고기의 품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의 MSA 제도
호주 축산업계가 운영하는 '미트 스탠더드 오스트레일리아(Meat Standards Australia·MSA)' 제도는 소비자 시식 평가를 바탕으로 고기의 연도와 육즙, 풍미 등을 평가하고 부위와 숙성 기간, 조리법까지 고려해 품질을 예측하는 체계다. 인증 소고기에는 부위별 식미 품질 등급과 권장 조리법 등이 표시된다.
한국도 마블링뿐 아니라 육색과 지방색, 조직감 등을 고려하는 쇠고기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호주의 MSA는 소비자가 고기를 실제로 먹었을 때 느끼는 품질과 적합한 조리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특징이 있다. 한우 역시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려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생각해 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생산비와 품질 경쟁력에 더해 환경 문제도 한우 산업이 직면한 과제다. 올해 시행된 한우산업법의 정식 명칭에 '탄소중립'이 포함된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오리진 그린' 프로그램
아일랜드는 탄소중립 문제와 관련해 '오리진 그린(Origin Green)'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 식품청이 참여 농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환경 개선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아일랜드 식품청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 쇠고기 농가의 생산량당 평균 탄소배출량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6% 감소했다.
일본과 호주, 아일랜드의 제도는 각각 농가 경영 안정과 품질평가, 환경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나라의 축산업 구조와 정책적 목표가 다른 만큼 이러한 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자국의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첫 법정 한우의 날을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한우 산업의 과제는 하루의 소비 촉진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우를 사는 사람은 비싸다고 느끼고, 한우를 키우는 사람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한우 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