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리며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보수 커뮤니티의 다문화 가정 지원 축소 문제 제기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비판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적절한' 지적이라면 누가 제기하든 수용할 수 있다며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무극파'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민주진보 진영을 비판하고, 전통적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누리꾼과 '키보드 배틀'까지 벌였다. 이러한 '민주진영 해체'는 스스로 국정동력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다문화가정이 내국인가정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고 당연히 계속돼야 하지만 일부 정책이 본래 취지를 벗어난 과잉으로 특혜에 이르거나 내국인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되어서도 안 된다"며 "누가 그 문제를 지적하였는지에 따라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정정책의 과잉은 정책일반의 신뢰를 떨어뜨리므로 문제가 있다면 누가 제기했든 신속하게 시정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 대통령의 다문화가정 지원에 대한 글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펨코에 올라온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 이용 순위에 관한 글을 공유한 뒤 다문화가정 우대제도 폐지 검토를 거론했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펨코의 글은 다문화가정 산모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 한부모가족·장애인, 셋째아 이상 출산 산모와 함께 2순위인데 쌍둥이·둘째아 산모가 3순위여서 여론이 좋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글이 올라오자 이날 임호근 인구정책비서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산후조리원 우선 이용 제도의 혜택이 더욱 절실한 산모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과 정책에 대한 메시지가 어떤 정치적 효과를 내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다문화가족 지원이라는 정책 의제가 진영 간 정체성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제도를 둘러싸고, 이를 마치 특혜나 ‘역차별’인 양 왜곡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가 있다"며 "무엇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이러한 편향된 시각에 동조하거나, 정치적 이익이나 갈등을 유발하는 선동적 언사를 직접 언급하며 활용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진보당도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인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비판에 직면했는데 펨코 게시물을 인용해 다문화가족 우대제도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라며 "이 대통령이 말하는 구조적 다수화가 이런 것인가?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까지 용인하겠다는 것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전날 한 엑스 이용자가 "여태 지 지켜준 지지자랑은 쳐싸우고, 펨코 애들은 너 조롱하지, 지지 안 해준다"고 적은 글을 리트윗한 뒤 "대통령을 지지하던 반대하던 모두가 대한민국의 주권자 국민이고, 누가 하던 좋은 지적은 좋은 지적이며 고칠건 고쳐야 하고, 네편 내편을 떠나 잘못은 시정해야 한다. 진영이 중요한 건 가치와 지향 때문일뿐"이라고 반박했다.
유시민 작가가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 출연해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하고 있다. ⓒ박시영TV 유튜브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작가의 진단이 주목을 끌고 있다. 유 작가는 전날(28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두고 '진영 해체론'이라 진단했다.
유 작가는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 출연해 "윤석열이 자기 집을 다 해체했는데, 지금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도 똑같이 한다"며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진영을 크게 해체시켰고, 이 해체된 진영을 자신의 손으로 복구할 의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유 작가는 이어 "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진영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행보가 '진보 진영'을 이탈하려는 게 아니라며 유 작가 주장을 비판하는 등 '진영해체론' 확산을 차단하려 나섰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은 보수주의자건 진보주의자건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만 손 내밀어라, 대통령만 손 내밀어라 하는 것이 진영 복원의 길이라는 건 맞지 않으며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대통령 자리의 무게를 이해하고 같이 노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언론공지를 통해 "국무회의에서의 노동 일자리 언급은 외국인 노동자가 핵심이 아니라 농어업 노동 분야의 지원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임금 수준이 보장되는 질 좋은 농어업 생산적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주안점"이라며 "모자보건 지원에 있어 문제 제기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산후조리원 이용 우선순위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여 모든 출산 가정이 공감할 수 있는 지원체계로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두 주제는 서로 다른 정책적 제안인 만큼 특정 단어보다는 발언의 맥락과 골자를 함께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개혁이나 중도보수적 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펨코 글에는 감사를 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전통적 지지층과는 더욱 멀어졌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왜 반복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지지층과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정무적으로 득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