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재명 정부가 신설을 추진하는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예산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 투자라는 정부·여당의 설명과 국회의 예산 통제권 약화 및 사업 타당성을 우려하는 야당의 주장이 맞서면서 기금의 운용 방식과 지출 내역까지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의원들이 10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어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0월30일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정부가 제출한 820조9천억 원 구모의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예결특위는 오는 4일과 5일에 종합정책질의를 거쳐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부처별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으로는 미래대응기금이 꼽힌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제시한 2027년도 재정 운용 구상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규모는 162조3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45조4천억 원은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 및 인재 등 4개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천억 원은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나머지 104조4천억 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추가 세수로 확보한 재원을 일회성 지출에 소진하기보다 미래 성장과 재정 안정에 활용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설치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쟁점은 '지출의 적정성'과 '국회의 재정통제권'으로 요약된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용도에 맞지 않는 사업을 편성했다며 '선심성 재정지출' 통로로 활용한다고 비판한다. 또 정부가 기금을 통해 일반 예산보다 재원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려 하는 만큼, 국회가 심의한 기금운용계획과 실제 집행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국정감사는 '미래대응기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불꽃튀는 공방이 펼쳐지며 예산안 심사의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3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제출한 기금 사업설명자료를 분석한 뒤 내년도 사업비 45조3862억 원 가운데 17조5770억 원이 이른바 ‘선심성 비판 소지 사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문화예술패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관사 및 공공기관 직원 지원 등이 어떻게 미래 성장과 재정 안정이라는 기금의 취지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미래대응기금은 미래를 대응하는 기금이 아니라 현재를 '땜빵'하는 기금"이라며 "초과 세수에 정부가 빨대를 꽂아 지방과 교육에 투자할 미래에 대한 기금을 다 빨아 먹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우리 재정이 양호한 상황에서 AI(인공지능) 산업 대전환의 물결에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올라타야 한다"며 미래대응기금을 통한 AI 산업 투자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금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면 경기 변화나 새로운 정책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회가 심의한 사업별 지출 계획이 집행 과정에서 크게 달라진다면, 예산 심의의 실효성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별 지출액을 국회 재의결 없이 최대 30% 범위에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방안을 문제 삼고 있다. 일반 사업성 기금의 변경 한도인(20%)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30% 한도를 단순 적용하면 정부가 자체 변경할 수 있는 규모가 약 13조6천억 원에 달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0월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최종적인 입법권은 국회가 갖고 있고, 국회가 결정하면 그에 따라 집행할 책임이 있다"며 우려를 거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기금의 자체 변경 한도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다. 단순한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을 넘어 제도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가 작성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구조가 기존 금융성기금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융성기금은 보증·보험·채권상환 등 금융거래와 직접 연계돼 시장 상황이나 자금 수요에 따라 지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지만, 미래대응기금은 청년 지원과 성장동력 확충, 지방 발전, 교육·인재 양성 등 정책 목표와 지원 대상이 사전에 정해진 사업성 지출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회 재경위 검토보고서는 "정부의 재정 운용 신축성이 확대되는 반면 국회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사전적 심의·통제 범위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미래대응기금안이 세수가 부족할 때 추경 없이 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한 점을 지적했다. 예산과 기금에 대한 국회의 '사전 의결'이 '사후 보고'로 바뀌는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미래대응기금을 '상시 추경'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미래대응기금은 사업성 계정과 금융성 계정이 함께 있는 '하이브리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국회 의견을 더 듣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기금의 재원 산정 방식도 살펴볼 대목이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증가 추세를 넘어서는 추가 세수를 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추가 세수'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고, 기존 초과 세수의 국채 상환 원칙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는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국가재정법 개정 등으로 명확히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10월1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산식대로라면 불황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기금에 적립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2027년, 2028년도까지는 162조 원과 60조 원씩 (추가 세수가) 들어오지만 2029년과 2030년에는 추가 세수가 없어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미래 전략투자도 일반회계로 충당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그 돈을 갖고 쌈짓돈식으로 쌈박하게 쓰고 '먹튀' 하는 것 아니냐, 결과적으로 미래 청구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쌈짓돈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는 데 쓰이는 돈"이라며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정쟁적인 언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정부여당이 기금 신설을 유지하면서도 변경 한도와 사전 심의 범위, 사업 선정 기준을 법에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야당과 접점을 찾을지가 예산 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미비점이 많아 예산 정국에서도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