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2026년 3분기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기술수출 계약 선급금이 4분기 이후로 이월되는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핵심 원인은 중국 법인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의 실적 부진에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북경한미는 2023년 이후 미수 매출채권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 상황이 나빠진 상태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시행 중인 '의약품 집중구매제도'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앞으로 북경한미의 정상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일회성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졌다.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부진에 빠진 북경한미
29일 제약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약품의 중국 법인 '북경한미'는 3분기 매출액 793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75.1% 감소한 것이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크게 △본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중국 정부의 '의약품 집중구매제도(VBP, Volume-Based Procurement)'가 지목된다.
우선 북경한미는 현지 유통사인 '룬메이캉' 등으로부터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적 손실 우려가 제기돼 왔다. 예컨대 한미약품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경한미의 '3개월 초과 미회수 채권'은 2025년 말 3억2천만 위안(684억 원)에서 4억3천만 위안(919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본사가 대대적인 재무 건전성 정비,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 강화에 나선 상태다. 한미약품은 9월 입장문을 내고,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조직 구성 등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대금을 먼저 받아야만 물품을 출하하는 '선수금 후출고' 원칙으로 거래 방식을 변경하고, 밀린 채권이 회수되기 전까지 현지 일부 유통망과의 신규 거래를 일시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원인이 됐다.
중국 정부가 시행 중인 '의약품 집중구매제도(VBP, Volume-Based Procurement)'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집중구매제도는 국가가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매 수요를 모아 입찰해 제약사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다.
북경한미의 주요 매출원 중 호흡기 질환 및 기침가래약(이탄징/이안핑), 변비약 및 영유아 정장제(마미아이/리똥) 등은 공공병원 처방 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이 제품들이 집중구매제도 대상에 직접 편입되거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면서 북경한미는 가격 압박을 받았다. 입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매출액이 하락하고 이익률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북경한미의 실적은 직전 분기에 견줘서는 나아졌다. 2분기 북경한미는 매출액 607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9.9%, 영업이익은 96.6% 급감한 숫자였다. 3분기에는 2분기 대비 매출액은 30.6%, 영업이익은 883.3% 성장했다. 회사의 내부통제 강화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 북경한미, 연결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
북경한미의 부진은 한미약품의 연결기준 실적에도 악영향을 줬다.
공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3분기 매출액 3774억 원, 영업이익 378억 원, 순이익 14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3%, 69.1% 줄어든 것이다. 직전 분기에 견줘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감소했다.
이는 대체로 증권가의 전망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예컨대 IM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컨센서스(매출액 4087억 원, 영업이익 658억 원)와 괴리가 크다고 언급했다.
이는 3분기에 인식될 것으로 전망됐던 제넨텍의 기술이전 선급금 1억9천만 달러(2629억 원)가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한미약품은 8월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치료제 신약후보물질(HM17321)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직전 분기에 견줘 실적이 부진한 것은 2분기 기술이전 계약금이 일시 인식된 데 따른 기저효과다. 한미약품은 6월 일라이 릴리와 단장증후군(SBS) 치료제 신약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고 확정 계약금 7500만 달러(1129억 원)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이번 3분기 실적 부진에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핵심 원인은 북경한미의 실적 부진에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예컨대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자 리포트에서 연결실적 부진 원인으로 "북경한미 부진 영향"을 지목하며 유통사 출하 통
제와 일부 호흡기질환 치료제의 집중구매제도 신규 편입으로 4분기에도 부진이 지속될 걸로 추정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28일 보고서에서 북경한미가 "선수금 후출고 원칙으로 출하가 제한되고 있고 4분기 '이안핑'의 집중구매제도 신규 편입도 예상돼 과거 수준의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라고 언급했다.
북경한미를 제외하면 긍정적인 면이 많다. 먼저 한미약품 별도기준 실적을 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915억 원, 3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9.7% 늘어났다. 로수젯(고지혈증), 다파론패밀리(당뇨) 등 주력 전문의약품(ETC) 제품들의 견조한 성장이 힘이 됐다.
자회사 한미정밀화학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한미정밀화학은 매출액 228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2.6% 늘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수익성이 높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매출이 확대되고 있고, 비만치료제 '에페' 출시 이후엔 CDMO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정밀화학은 에페에 적용되는 랩스커버리 플랫폼에 들어가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유도체를 생산한다.
한미약품의 연결 실적은 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제넨텍 선급금이 인식될 예정이고 에페의 실적이 새롭게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 선급금이 4분기에 모두 반영되지 않고 몇 개 분기에 나눠 인식될 가능성은 있다.
한미약품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 토종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치료제 '에페'는 10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에페는 10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의료기관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장에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에페의 첫 4주 제품(2mg/4mg) 공급가는 약 12만9800원이다. 이어 각 4주분 기준 6㎎ 22만8800원, 8㎎ 27만7200원, 10㎎ 29만9200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다만 이 가격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공개하거나 시장 가격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에페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이므로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의료기관의 가격 책정에 따라 달라진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에페가 위고비·마운자로에 견줘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북경한미의 정상화와 에페의 시장 안착
황상연 사장은 기술수출에 따른 일회성 이익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된 성장 스토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회사의 체력을 키우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북경한미의 정상화와 에페의 초기 시장 안착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우선 북경한미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 회수와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집중구매제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제품을 출시하고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페는 물량 공급 측면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월 초 허가를 받은 이후 꾸준히 생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허가 시점에서 출시 시점에 이르는 간격이 짧아 실제 공급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출시 이후 용량별 공급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떠오른다.
아울러 황상연 사장은 에페를 처방받은 환자의 재처방률을 높이고자 의료진과 환자 인지도를 높이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