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과 할인 혜택을 앞세운 고객 확보 경쟁을 넘어, 배달 과정의 대기시간과 운영 비효율을 줄여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예측 정확도 개선이 실제 대기시간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예측이 빗나갔을 때의 손실까지 줄일 수 있을까.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 2026’에서 AI 기반 수요 예측을 통해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 대기시간을 줄이는 ‘심리스 시티(Seamless City)’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29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인공지능(AI) 기반 수요 예측과 업주용 운영 도구 고도화를 통해 고객의 주문부터 매장 관리와 배송까지 전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우아한테크콘퍼런스2026'에서 "그런데 왜 배달은 주문이 들어온 뒤에야 시작돼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내세운 '심리스 시티(Seamless City)'는 이런 변화를 집약한다. 고객이 주문하기 전부터 배달이 완료될 때까지 발생하는 대기와 지연을 기술로 줄이겠다는 비전이다. 수요를 미리 읽고 고객·매장·라이더의 움직임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고객이 메뉴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시간부터 기다림이 시작된다는 판단에서다.
고명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조리시간과 배달시간 예측 모델을 주요 기술로 소개했다. 기존에는 업주가 입력한 조리 예상 시간을 바탕으로 배달시간을 추정해 실제 조리·배달 상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메뉴별 주문량과 처리 속도, 매장의 실시간 주문 상황 등을 반영해 업주에게 조리시간을 추천한다.
라이더는 예측된 조리시간에 맞춰 음식을 픽업하러 이동한다. 이와 동시에 AI는 매장별 배달 현황과 지역 혼잡도, 배달 인프라 등 58개 데이터를 분석해 배달시간을 예측한다. 배달 과정에서는 라이더의 실제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경로도 최적화한다. 지도상 거리가 짧더라도 언덕이나 복잡한 교차로 등으로 이동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수요 예측이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도록 라이더 수급 예측 시스템도 구축했다. 20여 개의 머신러닝 모델과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해 필요한 라이더 운행시간을 예측하고, 하루 단위 예측 이후에도 10분마다 30~90분 뒤의 수요와 공급을 다시 계산한다. 갑작스러운 비로 주문이 늘고 라이더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지역별 부족한 운행시간을 산출해 운영 담당자가 미리 대응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술 개발의 배경에는 치열해진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경쟁이 있다. 배달의민족은 여전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용자 증가 속도에서는 쿠팡이츠가 앞서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6년 9월 배달의민족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40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4% 늘었다. 쿠팡이츠는 1401만 명으로 16.1% 증가했다. 이용자 규모 격차는 약 1005만 명으로 여전히 크지만, 쿠팡이츠가 더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며 추격하고 있다.
무료배달과 할인 혜택이 보편적 경쟁 수단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용자 확보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 할인 경쟁은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고, 경쟁사의 혜택에 따라 이용자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배달의민족이 주문 전 수요 예측부터 조리시간 안내, 라이더 배차까지 기술로 연결하려는 것은 가격 혜택 외에 고객 경험과 운영 효율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이력은 이런 방향을 이해하는 단서다. 그는 우버의 튀르키예 사업 구축에 참여하고 음식배달 플랫폼 글로보와 트렌디욜고 등을 창업·경영하며 고객의 수요와 공급자의 대응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온디맨드 사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의민족도 주문을 중개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수요를 예측하고 매장 운영과 배달 인력을 조율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술과 운영 체계가 자리 잡으면 음식 배달뿐 아니라 장보기와 즉시배송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의 비전은 이용자를 앱으로 끌어들이는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 자체를 개선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 대기시간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된다면, 할인 혜택에 좌우되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실제 배달 효율로 연결하려면 필요한 라이더를 제때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외부 배달대행업체의 라이더를 대체로 활용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배송 종사자들 가운데 50% 이상이 2개 이상의 플랫폼을 쓰는 멀티호밍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더 2명 중 1명은 특정 업체에 전속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의 주문을 선택할 수 있는 만큼, 배달의민족이 특정 지역의 공급 부족을 예측해도 실제 운행 인력을 확보하려면 배달료나 추가 인센티브 등 별도의 유인이 필요할 수 있다.
예측과 달리 주문이 적을 때 발생하는 비효율도 과제다.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해 라이더를 미리 확보했지만 실제 주문이 적으면 유휴시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한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주문이 많으면 라이더 확보가 늦어져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실시간 재예측 체계를 설명했지만, 예측 오차가 발생한 뒤 라이더 재배치와 배차 조정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때 유휴시간과 인센티브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예측 기술이 고도화됐다고 해서 실제 대기시간이 같은 폭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배달시간 예측이 정확해지면 고객은 도착 예정 시간을 더 신뢰할 수 있지만, 이는 실제 배달시간 단축과는 다른 성과다. 조리시간 예측 오차와 배차 소요시간이 줄어든 데 이어 고객의 총 대기시간, 라이더의 대기·유휴시간, 주문 한 건당 운영비까지 개선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다림 없는 배달'이 고객 경험 개선을 넘어 플랫폼과 매장, 라이더 모두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실제 현장에서 거둔 성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