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성향의 대표적 스피커이자 방송인인 김어준씨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웃으며 주고받은 짧은 대화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들이 많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김씨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뉴 이재명 세력은 방송인 김씨를 정조준해서 비난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와 박 의원의 대화 속에 일정한 실마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방송인 김어준씨가 29일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갈무리
박지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29일 오전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과 5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만찬,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 등에 대해 설명했다.
현안에 대한 설명보다 주목된 장면은 방송 마지막에 박지원 의원과 김어준씨 사이의 대화였다. 함께 출연한 박판규 변호사가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상식적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조희대 체제가 아니라면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자 박지원 의원은 "제 표정이 자꾸 어두워져요"라고 말했고, 김씨는 "우리 박지원 의원님 모신 이래로 가장 표정이 어두웠습니다"라고 웃었다. 이어 박 의원은 "아니, 요즘 공장장이 자꾸 우리 표정 어둡게 만들잖아"라고 하자, 김씨는 "실제 어두운 일이 있으니까요"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에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는데 반해 김씨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여당의 정치적 노선과 관련해서도 박 의원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지만 중도보수, 외연확장론을 옹호하고 있는데 반해 김씨는 지지층 내부의 분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 왔다.
즉 박 의원이 김씨에게 표정을 '어둡게 만든다'는 말은 김씨가 선명한 개혁과 전통적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하면서 현재 민주당 기조와 다른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는 것에 불편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씨가 실제 '어두운 일'이 있다고 한 것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잘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박 의원은 김씨에게 "아니,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공장장이 바라는 세상이 뭐예요. 내란 세력이 집권하는 거예요?"라고 물었고, 김씨는 "밝은 세상입니다, 제가 원하는 거는"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밝은 세상은 민주당이에요. 지금 잘하고 있어요"라고 하자, 김씨는 "아니요. 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박 의원의 말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비판을 하면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통적 지지층을 향해 이재명 정부를 비판해서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줄 것인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뽑을 것인지라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말한 밝은 세상은 민주진보 진영 지지층들이 원하는 진보적 개혁이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며 "아니요. 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은 현재 민주당의 상황에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요컨대 박 의원은 정권 재창출과 정치적 현실주의를, 방송인 김씨는 결국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각각 표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