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사용량 증가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하며, 앞으로도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향후 생산할 반도체의 장기 공급 계약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계획 발표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이 다시금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 104조6155억 원, 영업이익 83조3338억 원을 기록해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으며, 분기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9조7756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응대, 검색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매출 창출로 이어지면서 AI 사용량 증가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어 "AI 투자의 주체가 소수 기업에 의존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일반 기업과 국가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며 "메모리 시장 역시 단기적으로는 기업용 · 개인용 AI가,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가 수요를 이끌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시장에 확산한 AI 관련 우려를 불식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각)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반도체 기업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은 치솟는 차입 비용과 막대한 투자 계획이 미래 수익을 앞지를 것이라는 우려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AI 기업 앤트로픽이 26일 IPO 계획을 발표하면서 AI 낙관론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27일 "미국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재무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맥스 고크만 AI 및 디지털 자산 솔루션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앤트로픽의) 기업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고, 특정 고객층에 집중되지 않았으며, 반복적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크만 책임자는 이어 "낙관적으로 보면 앤트로픽은 수익성 있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무제표상 현금 보유량이 많아 미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는 AI 낙관론에 다시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확보한 장기 공급 계약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는 "특히 고객과 합의한 가격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해,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또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장기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신호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수년간의 수주 주문이 데이터 센터 구축 관련 투자자들의 확신을 높였다"며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윤정인 대표이사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은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과 그로 인한 수익 증가분이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아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오늘 발표는 이러한 두 가지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투자 반등세가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 연준이 높은 국채 금리와 지속적 인플레이션을 원인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해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연준은 현지시각으로 28일 오후 2시에 금리 결정 결과를 발표한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2026년 7월29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은행에서 금리 동결 결정을 발표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의 전략가들은 27일 연준이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4분의 1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10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아도 12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이 경제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4~4.25%로 오른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12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리스의 마크 지아노니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AI 개발이 계속되어 자원에 부담을 가중해 전반적 물가 상승을 초래하면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