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극우 정치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이 법원의 여권 제출 명령을 받은 직후 미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패배 다음 날 돈세탁 의혹과 관련해 여권 제출 명령을 받자 출국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제출 시한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특히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미국으로 떠난 일 있었는데, 부자가 나란히 선거 패배 이후 미국행을 선택한 셈이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 ⓒ AP통신=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브라질 자유당(PL) 소속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보우소나루 측근과 미국 정부 관계자 등 2명을 인용해 그가 미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미국 도착 여부, 정치적 망명 신청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미국행이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출국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지난 26일 보우소나루 의원에게 24시간 이내에 일반 여권과 외교관 여권을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온라인 도박 산업과 관련된 돈세탁 의혹을 수사하고 있어 그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출국할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여권을 제출하고 이러한 부당한 조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여권 제출 시한이 지나도록 그는 여권을 제출하지 않았고, 브라질 경찰은 여권을 무효화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의원의 휴대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측근들조차 그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르헨티나 당국은 공식 입국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선 패배 직후 사법적 압박을 받던 보우소나루 의원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행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후 브라질로 귀국했지만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은 지난 2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소속 자유당마저 룰라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하면서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놓였다.
부자의 행보가 유사하다는 점뿐 아니라 미국이 이들을 정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의원과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대선에 대해서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보우소나루 측을 두둔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의원의 출국 소식을 접한 뒤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브라질에 남아 자신의 결백을 입증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자가 잇따라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향하면서 보우소나루 일가를 둘러싼 사법적 논란이 브라질과 미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