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보수 진영의 역학구도 재편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의 대척점에서 오세훈·한동훈·이준석 의원이 손잡는 이른바 '오동석' 연대론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연일 공개 비판하면서 연대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오동석'(오세훈·한동훈·이준석) 연대가 보수진영 재편의 열쇠말로 떠오른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연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저격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준석 의원이 지난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노선 차이보다도 과거 갈등으로 쌓인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 향후 보수진영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보수 야권 연대 가능성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통합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이준석 의원과 한동훈 의원의 관계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보수 연대론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 진영의 외연 확장을 위해 '오동석'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달리, 당사자 사이의 정치적 불신이 통합의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 의원의 비판이 단순히 정책 노선이나 정치적 성향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국민의힘 내부 갈등과 당 운영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누적된 데다, 한 의원을 둘러싼 정치적 책임 문제까지 겹치면서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한동훈 의원이든 누구든 상관없지만 맨날 뒤에서 공작하고 이런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며 "(한 의원은 명태균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 부화뇌동해 본인의 정략적 목표를 위해 내부에 수류탄을 까 넣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23일에는 YTN라디오 '뉴스명당'에 출연해 한 의원을 겨냥한 듯 "오 시장이 오늘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은 법 기술자 하나가 이거 온 동네 떠들고 다녀서 그렇게 된 것이다"라며 "어떤 '천박한 법 기술자'가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무조건 남 죽이려고 날뛰다가 이 꼴 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친한(친한동훈)계도 즉각 반격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 의원의 한 의원 비판을 두고 "이 의원 본인이 당에서 축출당할 때의 논리인 '내부총질'을 이 의원이 다시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측의 신경전은 '오세훈 삼행시'를 둘러싼 공방으로도 번졌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오 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 당일 서울고법을 찾아 자신을 응원했던 의원들과 함께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오뚝이처럼, 세파를 이겨내니, 훈풍이 분다"는 삼행시로 무죄 판결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친한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구태정치에 나이가 뭔 상관인가"라며 "대표 출신인 이준석 의원이 오 시장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당 역사상 처음일 것. 참 다재다능하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이 의원이 한 의원을 연일 '저격'하는 배경으로는 한 의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충돌했던 일들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창당한 개혁신당은 2024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과 경쟁 관계였고, 한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후엔 당 대표로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개혁신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친한계는 당시 이 의원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의 연관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과 한 의원은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젊은 보수' 대표 주자 자리를 두고 세대교체론으로 설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당시 한 의원 측이 '젊음'을 강조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제발 이런 억지 젊음 만들어내지 말라"며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정치를 희화화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23년 11월15일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을 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까지 이뤄내기 위해 이 의원이 한 의원과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동석'이 뭉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당원이나 지지층 가운데 강경 보수 성향의 비율도 상당한 만큼 '보수'를 굳이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한동훈 의원은 무소속, 이준석 의원은 개혁신당, 오세훈 시장은 국민의힘인데 세 분이 지향점이 같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개혁적인 대안보수가 되자. 또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자 이런 면에 있어서 통합의 기치를 내건 것 같은데 결국은 장동혁 대표하고 같이 가는 보수대통합으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철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은 거의 타노스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타노스를 상대하려면 연대를 해야 된다"며 "오세훈, 한동훈, 이준석 이 세 명의 이 독특한 색깔들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한 의원과 대립하는 이유를 단순히 과거 갈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오 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한 의원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이유가 정치적 계산이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이 의원은 몇몇 인터뷰에서 '한동훈을 좋아하지 않는다',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보였다"며 "오 시장과 나의 관계는 굉장히 돈독하다, 여기에 한 의원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을 메시지로,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어 "오동석 연대라는 말이 많은데 '오세훈과 이준석은 가깝지만 한동훈과는 같이하기 어렵다'며 이 의원이 한 의원을 배제한 연대를 부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의원 성향도 그렇고, 한 의원도 마찬가지로 '마이웨이'적 성향이 강하다"라며 "대선 직전 반드시 뭉쳐야 할 정치적 상황이 펼쳐진다면 모르겠지만 장동혁 대표의 연임 여부도 봐야하고 한 의원과 이 의원 모두 국민의힘 바깥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동석' 연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