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자산운용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실체스터)가 오리온 지분을 7.1%까지 늘리며 주주환원 압박을 강화했다.
최근 중앙일보 인수 검토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투자 행보를 문제 삼으며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비핵심 사업에 투입하지 말고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인수전에 참여한 주체는 사업회사 오리온이 아닌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다.
실체스터는 배당 확대와 자본배분 정책 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자리한 오리온 신사옥.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가 오리온의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 정책을 문제 삼으면서 오리온의 투자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리온은 27일 실체스터가 보유 주식을 280만6355주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직전 보고서 기준인 6.06%에서 7.10%로 1.04%포인트 상승했다. 실체스터는 2025년 8월 오리온에 처음 투자했으며, 올해 6월 지분율이 5%를 넘긴 뒤 장내매수를 이어왔다. 8월20일부터 10월15일까지 추가 취득한 주식은 40만9711주다.
현지시각으로 26일 실체스터는 성명서를 내고 오리온의 자본배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최근 오리온이 중앙일보 인수를 검토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신문 사업은 오리온의 핵심 사업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며 "인수를 정당화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체스터는 앞서 진행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투자도 본업에서 벗어난 자본 배분의 사례로 지목했다.
오리온 측은 중앙일보 인수 검토를 문제 삼은 실체스터의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인수에 참여한 주체는 사업회사 오리온이 아닌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라는 이유에서다. 오리온 관계자는 "사업회사 오리온이 아닌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가 중앙일보 입찰에 참여했음을 실체스터에 알렸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강력한 브랜드와 해외 사업 기반을 갖춘 현금창출력 높은 기업이며, 대규모 추가 자본 투입 없이도 아시아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실체스터의 판단이다. 본업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사업 연관성이 낮은 인수에 현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배당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실체스터는 오리온의 낮은 배당성향이 이사회로 하여금 주주 자금을 본업과 무관한 인수에 사용하도록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자본 배분이 소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고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인 '밸류업'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오리온은 본업과 무관한 투기적 인수에 나설 것이 아니라 잉여현금흐름을 더 높은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체스터는 자본배분 정책 변경과 배당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리온 이사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성명에는 "이사회가 회사의 자본배분 정책을 수정하고 주주 배당을 늘리지 않는다면 실체스터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이번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도 배당 증액을 요청하고 오리온이나 다른 주주가 제안하는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보유 목적은 '일반투자'로 유지했으며 일상적 경영활동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결권 행사나 표 대결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배당 요구를 주주권 행사와 연결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오리온도 주주환원을 확대해왔다.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023년 13.1%에서 2025년 36.2%로 상승했다. 지난해 결산배당금은 주당 3500원으로 전년보다 40% 늘었고, 올해 7월에는 주당 1750원의 첫 분기배당도 결정했다. 다만 실체스터는 현재의 배당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주주에게 더 많이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체스터는 비미국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영국계 자산운용사로,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에 약 2조5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체스터는 성명서를 통해 스스로 행동주의 투자자는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며, 필요할 경우 투자 기업과 소통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