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극우 진영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사상 첫 4선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에서 우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한 가운데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에서는 좌파 정부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남미 보수진영 결집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선거 당국은 이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노동자당(PT) 소속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했다.
개표율 99%를 넘어선 시점에서 룰라 대통령은 51.75%를 득표해 48.25%를 얻은 자유당(PL) 소속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제쳤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두 차례 집권한 뒤 2023년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이번 승리로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 됐다.
특히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 의원에게 뒤졌지만 결선투표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브라질 대선에서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 보우소나루 가문 복귀에 반발 : 여성·저소득층 결집
룰라 대통령의 승리에는 보우소나루 가문의 권력 복귀를 막으려는 유권자들의 결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의원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의 석방과 지지자 사면, 관련 사건을 담당한 대법관 탄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부진 이후 과거 집권성과를 강조하는 대신 가계부채 경감과 저소득층 현금 지원 확대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플라비우 의원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도 부각하며 여성 유권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냈다.
◆ 남미 우경화 흐름 속 좌파 수성 : 트럼프에도 부담
이번 선거는 최근 남미 전역에서 나타난 우경화 흐름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된 데 이어 2025년 칠레에서는 강경 보수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이 집권했다. 올해 콜롬비아에서도 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엘라 대통령이 당선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연구소(PRIF)는 21일 발표한 분석에서 2023년 이후 중남미 대통령 선거 17차례 가운데 13차례를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미의 정치 지형이 우파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은 좌파 재집권을 통해 지역 전체가 보수진영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선거 승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문제 삼아 브라질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등 압박을 가한 바 있다.
그러나 브라질 유권자들이 룰라 대통령의 연임을 선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보수 연대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브라질 의회와 지방정부에서는 여전히 우파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룰라 대통령의 앞길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