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싼 비판에 강하게 반박해 왔으나, "의무적으로 참석할 필요는 없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야권을 넘어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되자, 참석 원칙은 유지하되 참석 방식은 유연하게 풀어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김지용 중수청장을 향해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오셔도 된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쯤은 오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적으로 하시면 되고 다른 청도 마찬가지다"라며 국무위원이 아닌 청장 등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드시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도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규정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공개회의에 참석하느냐 안 하느냐가 정치적 중립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이런 자리에서 우리 국무위원들이 사정기관장들에게 사적인 부탁을 하겠느냐. 부정한 지시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두고는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돼 왔다.
친명(친이재명)계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의 헌법상 행정 통할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한 운용의 묘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의 통할에 대한 법적 권한도 있지만, 그걸 국민들이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과 국민의 눈높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역시 정례적 배석에 우려를 나타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서울중수청에 대통령이 피고발인으로 올라 있다"며 "외형상 피고발인이 주재하는 회의에 사건을 맡은 기관장을 매주 앉혀 놓으면 불필요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차규근 의원은 같은 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이 대통령이 배석 반대론을 '억지', '궤변'으로 규정한 데 대해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어법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배석에 반대해 왔다. 권영진 의원은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김지용 청장을 향해 "국무회의 갈 이유 100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면 안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계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16일 공개 논평에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공정성의 외관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국무회의에 유관기관 장을 정례 참석시키는 건 자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가 이어졌지만 이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배석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은 21일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의 답변을 인용해 배석 반대론을 '위헌적 억지'이자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튿날에도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다"라고 주장하며 강경한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날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배석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정례 참석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일종의 절충점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실제 국무회의 참석 빈도와 참석 여부가 어떻게 조정될지, 이들이 국무회의에서 어떤 현안을 논의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