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랫폼을 구축하고 임직원에게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이 직접 AI 도구를 만들어 업무 방식을 바꾸거나 제품 개발과 생산 등 핵심 사업에 AI를 적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현업에 얼마나 깊이 정착시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가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0월21일 하이트진로 청담사옥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첫째 줄 왼쪽 세번째) 및 수상자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AX리더 1기 시상식'이 열렸다. ⓒ하이트진로
이러한 변화는 AI 도입과 현업 정착 사이의 간극과도 맞닿아 있다. AX전문 교육·컨설팅업체 조코딩AX파트너스가 지난 9월 공개한 '2026 하반기 AX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 관계자 2078명 가운데 AI를 도입했다고 답한 비율은 69.5%였지만, AI가 업무 표준으로 정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2.5%에 그쳤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이트진로는 27일 전사 AI 업무혁신을 이끌 'AX리더 육성과정' 1기를 마무리하고 우수 혁신과제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8~9월 관리직군 26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진행한 'WAVE 2026(Work with AI, Value & Evolution)' 교육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어 명령으로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을 배우고 개인별로 한 건씩, 총 26건의 업무혁신 과제를 발굴했다.
과제는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됐다. 대상은 영업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현장 영업 데이터 통합 AI 플랫폼'이 차지했다. 데이터 기반 영업 분석을 지원하는 '상권 분석 에이전트', AI 기반 계약서 법률 검토 프로그램, 프로모션 활동을 최적화하는 '프로모션 의사결정 엔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보고서 자동 생성을 지원하는 'BI 어시스턴트'도 우수 과제로 선정됐다.
전체 과제의 절반 이상은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나왔다. 거래처와 상권, 판매 실적, 판촉 활동 등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영업 현장에서 데이터 분석과 보고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는 수요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물류·경영혁신 등에서도 과제가 나와 AI 활용 범위가 여러 직무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이트진로의 특징은 AI 활용법을 익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원이 직접 업무 개선 도구를 만들도록 했다는 점이다. 기존 사내 AI 플랫폼이 문서 요약이나 보고서 초안 작성 등 반복 업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과정은 현업 담당자가 스스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할 프로그램을 구현하도록 했다. 하이트진로는 우수 과제의 현업 적용과 부서 간 확산을 추진하고 AX리더 추가 육성과 후속 교육도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도 경영진부터 임직원까지 AI를 직접 활용하고 개발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EO AI 아카데미’에 참여해 바이브 코딩으로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했다. 롯데그룹은 경영진이 AI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데 이어 그룹 전 임직원으로 실무 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교육은 직원들이 각자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데이터 분석과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인 실무는 AI에 맡기고 직원은 판단과 의사결정 등 본질적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임직원의 AI 에이전트 개발 역량을 겨루는 ‘롯데 AI 해커톤’과 계열사별 핵심 AI 과제의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AI 챌린지’도 추진한다. AI를 일부 직원의 활용 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교육과 평가, 업무 혁신을 연결해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려는 접근이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AI를 다루는 주체를 IT 전문 인력에서 현업 직원으로 넓힌다는 데 있다. 하이트진로가 관리직군을 AX리더로 육성해 실제 업무 과제를 발굴하는 방식이라면, 롯데는 최고경영진이 직접 개발을 경험한 뒤 전 임직원의 역량 강화로 연결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