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6곳 가운데 1곳은 2027년 7월부터 강화되는 상장폐지 요건 적용 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 상당수도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에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가총액과 주가 중심으로 만들어진 현행 상장폐지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6년 7월부터 시행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코스닥 기업은 96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19개였다.
문제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될 상장폐지 기준을 적용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314개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 흑자인 기업 76개도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올해 8월 기준 코스닥에 상장된 전체 기업 수가 1820개인 것을 고려하면 2027년 7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되는 기업의 비율이 무려 17.2%에 이른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퇴출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상장폐지 기준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7년 7월부터 적용되는 코스닥 상장폐지 제도는 부실기업을 더 빨리 퇴출시키고, 일시적인 주가 부양이나 형식적인 개선으로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 원으로 상향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일부 재무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대해 정리매매 절차 없이 코넥스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가총액 300억 원 기준의 적용 시기도 당초 2027년 1월에 적용하기로 했던 것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행 시기를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가총액과 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재무건전성, 성장성, 기술력,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경우, 일시적인 시장 평가 하락을 겪는 기업이나 기술개발 단계에 있는 혁신기업까지 자본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모두 흑자인 기업 가운데 2027년 7월 시행 예정 요건에 해당하는 코스닥 기업이 76개사에 이른다는 점은 현행 기준이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장폐지 요건 해당 종목 현황. ⓒ민병덕 의원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해외 주요 시장의 경우 단일 지표에 의존하기보다 복수의 요건과 질적 심사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미국 나스닥은 시가총액뿐 아니라 자기자본, 총자산, 매출액 등 기업의 규모와 재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유지 요건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도 별도의 시가총액 기준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시장성과 재무건전성 등 다양한 질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민 의원은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기준의 시행 시기를 6개월 유예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가총액과 주가 중심의 획일적인 기준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실기업은 엄정하게 퇴출하되,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시장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반영하는 정교한 상장폐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