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반도체 테스트 전문 계열사 두산테스나가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확대에 힘입어 2027년 영업이익 1천억 원 이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테스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과거 채권단 체제 졸업 직후 인수를 결정할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상징성이 적지 않은 계열사이다. 그동안 두산그룹 편입 뒤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최근 시스템 반도체 물량 증가를 타고 실적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박 회장은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 관련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 동박적층판(CCL)과 SK실트론 웨이퍼 사업의 전망이 밝은 가운데 두산테스나의 본격적 실적 반등은 박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의 부활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반도체 및 첨단소재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주목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실적 반등을 시작한 두산테스나가 내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천억 원 고지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날 두산테스나 연간 별도기준 영업이익을 올해 358억 원, 내년 1086억 원으로 예상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는 흑자전환하는 것이고 내년에는 204%나 뛰는 수치다. 두산테스나의 최대 실적은 2022년 기록한 영업이익 672억 원이다.
두산테스나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부진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영업손실 9억 원으로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다. 하지만 올해 수익성이 높은 차량용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반도체 물량 증가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두산테스나는 영업이익 158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수혜를 크게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테스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테스트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4nm(나노미터) 공정을 중심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핵심 부품 ‘베이스 다이’ 생산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두산테스나의 테스트 물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가운데 테스트 사업을 영위한다. 제품을 특정할 수 있는 특수회로들로 설계되는 시스템온칩(SoC), 빛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CIS) 등을 주요 제품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박 회장으로서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박 회장은 2022년 1월 말 두산그룹 채권단 관리 체제 졸업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산의 테스나(현 두산테스나) 인수를 결정했다. 4600억 원이 투입된 두산의 테스나 인수는 그룹 정상화 이후 첫 승부수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 연평균성장률(CAGR) 20% 수준의 실적 고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현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산테스나는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올해 4분기부터 4나노 공정에서 엔비디아의 추론용 언어처리장치(LPU)인 ‘그록3 LPU’ 양산을 본격화한다. 이어 내년 2분기부터 애플의 CIS 양산이 진행되면서 이 테스트 물량들이 두산테스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 투자를 통해 애플의 CIS 관련 테스트 물량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테스나가 테슬라 쪽 물량을 수주해 추가로 중장기 실적개선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AI5’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테스나는 이 물량의 수주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테스나가 테슬라 이전 세대 제품인 AI4의 테스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채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반도체 패키징 산업 보고서에서 “두산테스나는 3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신규 물량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그록3 LPU가 4분기부터, 내년 2분기부터 애플 CIS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다 현재 AI4 테스트를 담당하는 두산테스나가 AI5 역시 수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바라봤다.
두산테스나의 부활은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3대 사업 축 가운데 하나로 꼽는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분야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하는 열쇠이다.
박 회장은 기존 주력인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과 함께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분야를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 분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두산그룹의 반도체 및 첨단소재 사업에서는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의 동박적층판(CCL),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각각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두산 전자BG와 SK실트론은 현재 수익성이나 관련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사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남은 한 축인 두산테스나의 실적 정상화가 남은 셈이다.
두산 전자BG는 CCL을 앞세워 실적을 대폭 개선하고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까지 단행하며 성장세를 키울 채비를 갖추고 있다.
CCL은 전자제품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절연층에 동박을 적층한 제품으로 부품 사이 전기적 신호를 손실 없이 전달하고 미세회로 사이에서 합선을 막는 등의 역할을 한다.
CCL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가속기, 네트워크 스위치, 광모듈 등에 폭넓게 쓰인다. 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는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 전자BG는 지난해 매출 1조8757억 원을 기록한 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1조2934억 원을 거두며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5.8%에서 올해 상반기 30%에 육박한 29.9%까지 추가로 상승했다. 이에 박 회장은 9월17일 두산의 역대 최대 설비투자금인 9700억 원을 들여 전자BG의 CCL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두산은 2조3천억 원을 투입해 SK실트론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은 내년 1월 마무리를 목표로 올해 7월 SK실트론 최대주주 SK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이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SK실트론을 포함한 기업 5곳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SK실트론은 12인치(300mm) 웨이퍼 시장에서 점유율 18% 안팎으로 글로벌 톱(Top)3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은 앞으로 SK실트론의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의 지속적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과 SK가 SK실트론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뒤인 8월4일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기존 전자BG의 CCL 소재와 두산테스나의 반도체 테스트 후공정 사업에 이어 웨이퍼를 제조하는 전공정까지 아우르게 된다”며 “SK실트론은 두산그룹의 전체적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