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근 형사재판에서 잇따라 무죄 판단을 받고 있다. 지난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사건 1심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위증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데 이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도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명태균 씨.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과 명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부부와 명태균 사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의뢰, 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다"며 "정치자금 기부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제공에 관한 암묵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본 1심 판단과 배치된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은 김씨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의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이 피고인의 의뢰 내지 피고인과의 협의에 따라 윤석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제공하기로 한 것임을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돼 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전체 여론조사 58차례 가운데 14차례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묵시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약 1396만 원을 선고했다. 명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이 이를 뒤집으면서 엇갈렸던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판단은 모두 무죄로 귀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다른 사건에서도 무죄 판단을 잇따라 받았다. 지난달 11일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수사를 방해하고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같은 달 16일에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 항소심에서도 1심에 이어 무죄가 유지됐다.
다만 최근 일부 사건에서 무죄 판단이 이어졌다고 해서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형사재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징역 7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형량이 훨씬 무거운 주요 사건들의 상급심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일반이적 혐의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는 7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항소했다.
당장 가장 가까운 재판도 내란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8일 서울고법에서 1심 무기징역이 선고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