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 적자가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AI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증가와 미국 소비자들의 해외 수입품 선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마린 원 헬기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각)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무역 적자가 급증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통한 무역 적자 감축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장난감, 철강, 드론, 자동차 부품 등 해외에서 생산된 모든 품목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미국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크게 늘어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무역 적자는 1056억 달러(약 141조5천억 원)로 전월보다 13.7% 증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8월까지 월평균 무역 적자는 745억 달러(약 99조8천억 원)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의 월평균 무역 적자인 738억 달러(약 98조8천억 원)를 넘어선다.
8월 무역 적자 확대 원인은 미국 수입액 증가율이 수출액 증가율을 앞질러서다. 미국의 8월 수입액은 4208억 달러(약 564조3천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4.3% 증가했다. 수출액은 전월보다 1.4% 증가한 3152억 달러(약 422조4천억 원)를 기록했다.
미국 거시경제 분석 전문기관인 포워드본드(FWDBONDS)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많은 수입품의 관세를 인상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외국산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럽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서 수입품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미국 노동 비용이 너무 높아 미국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생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설령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려 하더라도 공장 건설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도 무역 적자 확대의 다른 이유로 꼽혔다. 미국 내 AI 기업들은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는 대부분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8월 사이 900억 달러(약 120조5천억 원) 규모 이상의 반도체를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도 수입 증가에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도입되거나 철회·변경될 때마다 월별 무역 적자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 부과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수입을 서둘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몇 달 동안에는 무역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자 무역 적자가 감소했다.
세계적 경제 자문기관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6일 보고서에서 "AI 수요와 기업들의 수입 제품 재고를 보충할 필요성 때문에 미국 수입은 단기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가 증가한 원인을 두고 관세 정책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법을 남용해 관세를 부과했다며 관세 조치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10~12.5%로 낮췄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더 높은 관세 부과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80개국 이상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으며, 40개국 이상에 추가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