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2년 전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연임 추천하면서 덧붙인 이야기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으로 연임 당시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두 번째 임기 마지막 석 달을 수익성 경쟁과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두 과제와 함께 맞게 됐다.
2024년 연임 결정 당시 내부통제 강화 노력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재연임 심사를 앞두고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 앞에 섰다. ⓒ신한은행
정 행장은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을 주요 시중은행 순이익 1위로 이끌었다. 서울시와 인천시 금고를 지키면서 공공금융 영업 기반도 이어갔다. 올해 말 다시 연임하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맡는 은행장이 된다.
그러나 차기 은행장 인선이 시작된 시점에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보완하고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임기 말 주요 경영과제로 더해진 것이다.
◆ 1년 대신 2년의 추가 임기 받았던 정상혁, 이번에는 세 번째 임기 심사
2일 신한은행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9월21일 신한은행을 포함한 자회사 대표이사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해 2024년 말 연임했다. 지난해 취임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올해 첫 연임 심사를 받는 것과 달리 정 행장은 재연임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정 행장의 두 번째 임기는 출발부터 눈길을 끌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4년 말 자회사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정 행장에게 2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은행장 연임 때 통상 1년을 더 맡기는 금융권의 관행과 달랐다.
당시 자경위는 자산 성장과 비이자이익 확대, 글로벌 사업 성장, 건전성 관리 등을 연임 추천 배경으로 제시했다.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높게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2년의 임기를 추천했다는 것이 당시 신한금융지주 자경위의 설명이었다. 정 행장이 이 기간 쌓은 성과와 다음 임기 경영계획을 평가받을 차례가 된 것이다.
◆ 상반기 순이익 2조4585억 원, 서울·인천 금고 지키며 영업 기반 유지
정 행장은 두 번째 임기에도 순이익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45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자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위 KB국민은행과의 격차는 2331억 원이었다.
이자이익은 4조8888억 원으로 9.5% 증가했다. 대출자산이 늘고 자금 조달비용이 줄어든 것에 힘입었다.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상반기 1.55%에서 올해 상반기 1.60%로 높아졌다. 주가연계신탁(ELT) 관련 충당부채 837억 원을 환입한 것도 순이익 증가를 뒷받침했다.
다만 수익 구성 측면에서는 엇갈린 흐름도 나타났다. 펀드·방카슈랑스·신탁 등 자산관리 분야의 판매가 늘면서 수수료이익은 25.9% 증가했지만 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등에서 손익이 악화해 비이자이익 전체는 14.8% 줄었다. 수수료 수익 기반 확대와 시장 관련 손익 변동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공공금융에서는 기존 거래 기반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5월 서울시 1·2금고 운영 은행으로 다시 선정된 데 이어 9월에는 인천시 1금고도 수성했다. 특히 인천시에서는 하나은행과 경쟁한 끝에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시 자금을 관리하게 됐다.
연간 실적 경쟁은 아직 남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도 상반기 순이익에서 KB국민은행을 앞섰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1위를 내줬다. 올해는 상반기 격차를 지난해보다 벌린 상태에서 하반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 내부통제 강화 평가받았던 연임, 이번에는 정보보호 체계 보완과 사고 수습 과제
영업 기반을 지켜온 정 행장에게 새로 더해진 과제는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신뢰 회복이다.
신한은행은 1일 약 2만5천 명의 대출 신청 관련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인증을 우회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일부 서비스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유출 항목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신한은행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외부 IP 차단, 관련 서비스 중단, 보안정책 적용 등 긴급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와 전담 상담센터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정 행장이 제시한 수습 방향은 피해 보상과 정보보호 체계의 재점검이다. 정 행장은 정보 유출로 고객 피해가 확인되면 전액 보상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개인신용정보 보호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업무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임직원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사고 원인, 신한은행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2024년 연임 심사 당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려 한 노력이 성과로 언급됐다. 이번에는 실제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만큼, 인선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직 행장으로서 고객 보호와 후속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은행장 인선에서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했다. 지주 자경위가 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자회사 대표이사의 자격 요건과 세부 평가 기준도 구체화해 후보 심의에 활용하기로 했다.
자경위가 압축해 최종 추천한 후보는 각 자회사의 임추위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