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동안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검찰청이 2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노동들이 9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맨홀 뚜껑에 새겨진 '검찰' 마크를 지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부터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맡고,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수사와 기소를 한 기관이 함께 행사하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검찰청'이라는 '간판'이 사라졌다고 해서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부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제도적 안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소청은 사실상 기존 검찰의 조직과 인력을 상당 부분 이어받아 출범했다.
정부는 9월 초 입법예고한 공소청 직제안에 검찰의 수사권이 폐지됐음에도 검사 정원(2292명)을 동결하고 '사법통제부'라는 조직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일부 조직과 기능을 축소·조정하는 선에서 직제안을 급하게 손질했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도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외쳐왔던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청 간판만 바꾼 것 아니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과 조직이 이어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수사권을 행사하던 검찰의 사고방식과 관행까지 공소청으로 옮겨져서는 안 된다.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수사권을 내려놓은 공소청이 다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공소청이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 결과를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면 사건 기록과 증거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를 '검증'하는 것과 권한을 통해 수사를 '통제'하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소청이 보완수사 요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의 방향이나 범위를 사실상 결정하기 시작한다면 수사·기소 분리는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과거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장악했던 시절에는 수사의 시작부터 기소까지 한 조직이 사건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제 그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수사권은 중수청과 경찰에 넘겨놓고 공소청이 다시 수사의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서울 서초구 공소청(옛 대검찰청)에서 깃발이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소청이 버려야 할 인식이 "우리가 수사해야 제대로 된 수사"라는 과거 검찰식 사고방식이다.
공소청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사건을 발굴하고 수사의 방향을 정하는 기관도 아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할 것인지, 기소하지 않을 것인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공소청 구성원들이 먼저 가져야 할 질문도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여야 한다.
정치적·선택적 기소 논란 역시 끊어내야 한다. 공소청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 권력의 성격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과거 '정치검찰'의 이미지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욱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기소해야 할 사건은 누구의 사건이든 기소하고, 증거가 부족한 사건은 사회적 관심이 아무리 높더라도 기소하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검찰개혁 국면에서 '노골적으로' 검찰 편을 들어주던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과 공소청이 과거 국민 위에 군림하던 정치검찰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오직 국민과 공익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중수청장으로 검사 출신인 김지용 변호사를 지명한 데 이어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하면서, 공소청 스스로 더욱 경계해야 할 이유도 커졌다.
여권 내부의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검찰에서 검사장까지 지낸 김 변호사가 초대 중수청장으로서 공소청과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공소청(옛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자는 검찰개혁에 반대해 온 인물로 검찰 수사권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했고, 권한쟁의심판을 하겠다고 공언까지 한 검사장 출신"이라며 "간판만 바꿔서는 개혁이 아니다. 이제 개혁 성패는 정부의 손에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1일 검찰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김지용 후보자는 저도 아는 사람"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제가 아는 사람인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꼬집었다.
중수청이 검사 출신 수장 아래에서 과거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가져오는 것과, 공소청이 그 수사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
중수청이 '검찰식 수사기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큼 공소청이 '수사하는 검찰'로 되돌아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공소청이 '검찰 복사본'이라는 비판을 피하는 것은 공소청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달려있다.
수사권을 내려놓았다면 수사를 통제하려는 욕구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공소청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첫 번째 변화다.